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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선 보인 SK 강지광, '직구'가 전부 아니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7-27 00:11 | 최종수정 2018-07-27 07:00


◇강지광이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문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SK 와이번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강지광을 영입했다. 염경엽 SK 단장은 강지광을 지명하면서 흥미로운 구상을 밝혔다. 넥센 시절까지만 해도 타자였던 강지광을 투수로 전업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강지광에게 마운드는 사실 낮선 자리가 아니다. 인천고 시절만 해도 150㎞대의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2009년 LG 트윈스 데뷔 때도 강지광의 자리는 투수였다. 하지만 부상을 거듭하면서 결국 타자로 전향했다. 2014년 넥센으로 이적한 뒤 지난해까지 타석에서 강지광이 쓴 통산 타율은 2할7리(55경기 87타수 18안타 1홈런 9타점).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는 듯 했다. 이런 강지광을 '투수'로 활용하겠다는 SK의 선택에 물음표가 뒤따랐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강지광의 1군 콜업을 발표하면서 "2군 코칭스태프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좋은 투구를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덜 타이트한 상황에 강지광을 (마운드에) 올려 지켜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1군 콜업 첫 날부터 기회가 찾아왔다. 팀이 8-1로 앞선 9회초, 힐만 감독이 강지광을 콜업했다. 마운드에 오른 강지광은 연습구를 마친 뒤 전광판을 향해 뒤돌아보더니 모자를 벗어 가슴에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강지광은 첫 타자 이우성과의 승부에서 153㎞ 직구 두 개로 1루수 파울 플라이 아웃을 뽑아냈다. 후속 타자 박세혁과의 승부에서 던진 초구 스피드는 155㎞. 전광판에 구속이 찍히자 관중석에선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강지광은 박세혁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첫 출루를 허용했다.

1사 1루에서 강지광은 숨겨둔 무기를 꺼내들었다. 대타 양종민과의 2B2S 승부에서 136㎞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것. 단순하게 빠른 공만 던지는 '파이어볼러'가 아님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가 아쉬웠다. 류지혁에게 우전 안타를 내준 강지광은 오재일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2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투구수가 많아질수록 구속이 느려졌다. 결국 정진호에게 우측 담장을 맞는 2타점 2루타를 내주며 2실점했다. 강지광은 2사 2, 3루에서 허경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날 강지광의 투구는 '절반의 성공'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큰 부담감을 안고 선 1군 첫 무대에서 다양한 투구를 펼치면서 자신의 공을 선보였다. 150㎞대의 직구는 분명 매력적인 무기였다. 다만 20개의 공을 던진 이후 구위가 다소 떨어진 점이나 안타 뒤 흔들리며 볼을 연발한 점은 풀어갈 숙제다. 여러 면에서 볼 때 강지광이 조금 더 가다듬어지면 SK 불펜은 좋은 무기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될 전망이다.



강지광은 경기 후 "어떻게 던졌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히 투구 연습을 해왔으나 스트라이크를 이렇게 못던져본게 이번이 처음이다. 역시 1군 무대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어 "첫 번째 (1군) 등판이라 감격스러웠지만 부족함 또한 느꼈다"며 "열심히 연습해 다음 등판에서는 (이닝을) 깔끔하게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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