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현장스케치]'꼴찌 설움 안녕' KT 창단 후 첫 후반기 5위 등극하던 날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9-08-04 20:16


2019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3루 KT 유한준의 희생플라이 때 3루주자 오태곤이 득점한 후 이강철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8.04/

[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전 그냥 이대로가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요즘 '가을'이란 단어만 들어도 표정 관리에 신경을 쓴다. 최근 들어 안팎에서 심심찮게 가을 이야기가 들릴 때면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곤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지금 이런 모습들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들 역시 '가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을까지 아직 한참 멀었다"고 손사래를 치기 일쑤다.

KT나 이 감독 모두에게 낯설기만 한 발걸음이다. 2015시즌 KBO리그에 첫 발을 디딘 이래 KT의 자리는 항상 '아랫물'이었다. 첫 시즌이었던 2015년엔 5위 근처에도 가보질 못했다. 2016~2018시즌 잠시 5위의 기쁨을 누릴 때도 있었지만, 5월 중순 이후 항상 내리막길을 걸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올랐던 5위의 추억은 2018년 5월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후반기에 접어들면 KT의 시선은 가을이 아닌 내년에 맞춰졌던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 체제로 전환한 올 시즌 KT는 후반기 초입에도 '가을야구'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즌 초부터 나왔던 최약체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투-타에서 탄탄한 모습을 펼쳐 보였다. 창단 후 최다 연승(9연승) 후 주전들의 줄부상 때는 백업들의 대활약이 펼쳐지는 등 소위 '되는 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감독 데뷔 첫 해인 이 감독이 꼴찌탈출을 넘어 포스트시즌까지 가는 '속도위반'을 하는 것 아니냐는 농반진반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 고대하던 '만년 꼴찌'라는 달갑잖은 수식어와의 결별이지만, 여전히 모두가 실감이 나지 않는 눈치다.

4일 고척스카이돔. 가을을 향해 달려가는 KT 타선의 힘은 맹렬했다. 1회초에만 오태곤과 멜 로하스 주니어가 각각 3루타를 2개씩 쳐내면서 3득점 했다. 2회에도 연속 안타로 2득점하면서 키움 선발 투수 이승호를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백업들의 눈부신 활약 역시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리드오프 역할을 맡은 배정대는 1회초 이승호를 상대로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 출루하며 선취점의 물꼬를 텄다. 시즌 초 불펜 요원이었다가 선발 보직으로 전환한 김민수는 키움 타선을 상대로 5회까지 2실점에 그쳤다. KT는 이날 키움 히어로즈에 5대3으로 이기면서 창단 후 후반기 첫 5위에 등극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에도 5위 등극이 아닌 이날 경기 승리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는 "김민수가 5이닝만 소화했지만, 선발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상대 팀의 투수 교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유한준이 2회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후 지키는 야구를 구상했는데, 전유수-김재윤-이대은이 4이닝을 정말 효과적으로 잘 막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이대은은 마운드에서 여유가 느껴질 정도로 좋은 피칭을 했다"며 "전 선수들의 승리 의지가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정 응원와주신 팬들께 승리로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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