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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구자욱의 벌크업과 202 이정후의 벌크업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1-22 06:20


구자욱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년 전, 한국 프로야구에는 벌크업 바람이 불었다.

어퍼스윙과 발사각 논의로 강한 타구에 대한 열망이 자연스레 타자들을 쇳덩이 앞으로 모았다. 너도 나도 몸 불리기 대열에 합류했다. 결과는? 유감스럽게도 썩 성공적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선수 중 한명이 바로 삼성 라이온즈 천재타자 구자욱(27)이었다.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호리호리 했던 몸이 커지고 단단해졌다. 1군 무대에 데뷔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시즌 내내 3할을 훌쩍 넘는 고타율을 기록했다. 2017, 2018년 2년 연속 20홈런을 넘기며 파워도 점점 커지던 중이었다. 부풀어 오른 몸과 함께 30홈런 돌파에 대한 기대감도 슬금슬금 퍼졌다. 바야흐로 정확도와 힘, 스피드를 두루 겸비한 '완전체 타자'의 탄생이 무르익었다. 홈런 잘 나오기로 유명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팩터를 고려한 변신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결과는 무척 아쉬웠다. 악몽의 2019시즌. 타율도 홈런도 모두 다운. 4년 연속 3할을 넘나들던 타율은 2할6푼7리에 그쳤다. 홈런도 15개에 머물렀다. 커리어 로우 시즌이었다.

원인은 공 변화에 있었다. KBO를 덮친 공인구 반발력 저하의 쓰나미에서 구자욱도 자유롭지 않았다. 생각보다 덜 나가는 공. 더 세게 치려다보니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악순환. 변화된 몸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스윙 스피드가 살짝 떨어졌다. 홈런도 안타도 모두 줄어드는 현상은 비단 구자욱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심리적 부담감도 한 몫 했다. 책임감이 과했다. 삼성 중심 타선이 약하다 보니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컸다.

팀도 개인도 부진했던 시즌. 1년 내내 괴로웠다. 그라운드에서 표정도 밝지 못했다. 타고난 천부적 감각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악몽 같은 2019 시즌이 가고 이제 새로운 출발을 준비중이다.

삼성 허삼영 신임 감독은 "(구)자욱이는 컨택트와 스피드를 높여 내야안타가 많이 나와야 할 선수"라며 "내야안타가 많아진다는 건 투 스트라이크 이후 삼진을 적게 먹는다는 의미다. 올시즌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 컨택트가 줄면서 기록이 하락됐다"고 분석했다. '장점 극대화'를 화두로 던진 셈이다.

벌크업이 실패했다고 무조건적인 슬림화가 답은 아니다. 큰 힘을 쓰는 큰 근육보다 순발력과 스피드를 높이는 잔 근육을 강화하는 방향성의 문제다.


키움 이정후. 스포츠조선DB

벌크업 중인 키움 히어로즈의 천재 타자 이정후(22)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구자욱처럼 살이 잘 찌지 않아 신인 시절 마른 느낌을 줬던 이정후는 꾸준한 체중 늘리기로 현재는 탄탄하고 밸런스 있는 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 85kg쯤 나가는 몸무게를 90kg대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목표.

하지만 큰 근육을 늘려 홈런을 많이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풀시즌을 뛸 수 있는 체력 유지가 1차 목표. 장점인 순발력과 스피드를 극대화하는 게 2차 목표다. 벌크업의 방향을 잘 잡은 셈이다.

공인구 반발력 저하는 모든 타자들이 적응해야 하는 '환경'이다. 굳이 흐름에 역행하는 시도는 현명하지 않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 구자욱과 이정후. 모두 힘보다는 빠른 스피드로 장타를 생산하는 스타일의 선수들이다. 자신의 특성에 맞는 '벌크업'에 대한 정확한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또 한걸음 발전이 필요한 오프 시즌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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