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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닮긴 꽤 많이 닮았다.
살라디노도 마찬가지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훈련 중인 그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성격도 무척 좋다. 낯가림도 없고, 타인에게 잘 다가선다. 이전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살짝 수줍은 착한 형이었다면, 살라디노는 친근한 착한 형 캐릭터다.
다가서기 어려운 성격이 아니다보니 선수단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성격도 무척 쾌활하고, 긍정적이다.
현장의 야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말을 한다. "새 외국인 선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건 딱 하나,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느냐, 안 듣느냐다."
미국에서 아무리 잘 했어도 한국 프로야구는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엄청난 결과 차를 낳는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미국에서만 뛰던 선수에게 한국 야구는 그야말로 '판이 뒤집힌' 반전의 무대다. 잘 하던 선수가 얼마든지 못할 수도, 반대로 별로이던 선수가 엄청 잘 할 수도 있다. 그 반전의 키가 바로 변화에의 '적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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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살라디노는 긍정적이다.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 출국을 앞둔 살라디노와 여담을 나누던 중 그는 불쑥 이런 질문을 했다. '한국은 (미국과) 스트라이크 존이 다른가?'
'미국에 비해 몸쪽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콜 비율이 높다'고 답하자 그는 "원래 이 만큼 떨어져 섰었는데, 그럼 타석에 더 바짝 붙어야겠다"며 사람 좋은 활짝 미소와 함께 말했다. '몸쪽을 왜 잡아주느냐'며 흥분하는 선수가 있고, '몸쪽을 못 던지게 하겠다'는 선수가 있다. 중요한 마인드 차이, 살라디노는 후자다.
그에게는 동양인 피가 흐른다. "필리핀인 할아버지와 일본 오키나와인 할머니가 계시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일본야구를 많이 보고 자랐다"고 했다. 아시아 야구는 처음이지만 그만큼 익숙하고 친근한 무대다.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도 당연히 없다.
현장에서 한국 코치들의 말도 경청하고 필요하면 바꾸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승부근성 없는 마냥 순둥이도 아니다. 찬스마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두 차례의 연습경기에서 모두 타점을 올렸다. 지난 9일 청백전에서 희생플라이로 선제타점을 올린데 이어 12일 일본 야쿠르트와의 원정 연습경기에서는 2-0으로 앞선 2사 1루에서 좌월 적시 2루타로 김동엽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진 김헌곤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득점도 올렸다. 이학주가 없는 사이 2경기 모두 유격수로 출전,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했다.
살라디노는 탁월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꽤 인정받는 '유틸리티 맨'이었다. 시즌 들어가면 주로 3루수로 출전할 공산이 크다. 수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팬들의 걱정은 러프의 공백을 메울 타격인데 스타일은 다르지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 친근한 성격과 적극적인 마인드를 두루 살펴볼 때 한국야구 적응 과정을 줄일 수 있을 거란 합리적 기대를 해볼만 하다.
러프와는 달리 세밀한 야구를 수행할 수 있는 타자란 측면에서 기대가 된다. 과연 삼성의 새 외국인 타자 살라디노가 '슈퍼마리오' 점프로 팀을 구할 수 있을까. 반등이 필요한 2020년 라이온즈 야구의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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