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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캠프인터뷰]'더티볼러' 김윤식, 제2의 양현종? "롤 모델은 이상훈 코치님"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3-10 13:12 | 최종수정 2020-03-11 16:20


지난 5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구장 실내연습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온 김윤식.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코로나19를 피해 9일 경기도 이천에서 합숙 훈련을 시작한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3차 캠프"라고 부르는 이 곳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다. 선수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코로나19가 아니다. 바로 피 말리는 주전 경쟁이다.

1군 엔트리, 선발진, 불펜 자원까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마운드. 숨은 다크호스가 하나 있다. 좌완 루키 김윤식(20)이다.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 3순위로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영건.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 일단 공 끝의 변화가 예측불허다. 타자 앞에서 변화무쌍 하게 움직인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 막판이던 지난 5일,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찬바람 까지 부는 궂은 날씨로 구시가와 구장에서 예정됐던 일본 실업팀 류큐 블루오션스와의 연습경기가 취소됐다. 실내 훈련으로 대체됐다. 훈련을 지휘하던 류중일 감독에게 노석기 데이터분석팀장이 다가왔다.

"(김)윤식이 불펜 피칭을 분석 했는데 괜찮습니다. 공이 떠오르는 부분도 있고, 끝에서 변화가 많습니다."

끄덕이며 경청하던 류중일 감독은 "잘 키워야지. 이런 선수가 나중에 양현종이 되는거니까"라며 흐뭇해 했다. 노석기 데이터분석팀장은 2000년대 SK 와이번스 왕조 시대를 이끈 국내 프로야구 전력분석의 최고 전문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 팀장의 눈에 확 들어올 만큼 김윤식은 이미 인상적인 공을 던지고 있다.

확인이 필요했다. 곧장 실내연습장으로 향했다. 훈련을 마친 김윤식을 바로 만났다.


"공의 변화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좀 (볼끝이) 더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볼이 우타자에게 멀어지는 쪽으로 휘어져 나가는데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몸쪽 승부는 어떨까.

"몸쪽 잘 던집니다. 우타자 여기(몸쪽)는 왠만하면 찔러 넣을 수 있어요. (몸쪽 공과 함께 쓰기 위해서) 체인지업도 연마중입니다."

신입 답지 않은 자신감이 스며나온다. 한 눈에 봐도 크지 않은 몸, 장점을 물었다.

"캠프 동안 살이 좀 빠졌어요. 장점이요? 다른 투수들에 비해 투구 밸런스가 좋은 편이에요."

안정된 밸런스는 곧 안정된 제구력을 의미한다. 지옥에서 데려온다는 빠른 공을 지닌 좌완, 변화무쌍한 볼 끝에 두둑한 배짱까지, 차세대 좌완 에이스 감임은 분명해 보인다. 김윤식은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이미 최고구속 147㎞를 뿌렸다.


김윤식인 LG 신인 중 유일한 즉시전력감으로 평가받는 선수다. LG 트윈스 제공
프로 입단 첫 시즌, 급히 서두르지 않고 있다. 구단이 마련한 체계적인 신인 선수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풀시즌을 뛸 수 있는 체력 만들기에 한창이다.

"1월에는 신인 프로젝트에 따라 몸을 만드는 체력훈련, 웨이트, 러닝, 보강 등에 집중했어요. 캠프 오기 2주 전부터 캐치볼을 시작했고, ITP 하고 아직 불펜 피칭을 5번 밖에 하지 않았어요."

급할 이유가 없다. 신인인데다 개막도 미뤄졌다. 트윈스의 10년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 제대로 만들어 제대로 써야 한다.

류 감독이 언급한 제2의 양현종이 떠올랐다. '고향 선배 양현종 선수 처럼 되고 싶어요?' 지체 없이 답이 돌아온다.

"언급해 주시는 것만도 영광인 국내 최고의 선배님이지만 제 롤 모델은 이상훈 코치님입니다, 직접 뵙진 못했지만 영상으로 고교 때 부터 많이 찾아봤어요. 체격은 저보다 살짝 크신데 던지는 스타일이…. 어떤 타자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악바리 처럼 던지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확실한 자신만의 주관이 담긴 대답. 곱상한 외모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다. 실제 김윤식은 어떤 타자 앞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을 보였다.

"저는 이상훈 코치님 만큼의 파이팅은 아니지만요. 마운드에서 소심한 성격은 없어요. 긴장은 해도 겁을 먹지는 않죠."

마지막으로 물었다. '(프로 무대) 자신 있어요?' "네."

한번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훗날) LG 에이스 될 자신 있어요' "네."

정우영의 계보를 이을 거물 신인 투수. LG 트윈스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신인왕에 오를 수 있을까.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1군 엔트리에 남는 게 1차 과제다. 일단 자질과 승부욕, 둘 다 갖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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