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진단]KBO, 기왕에 올려놓은 '리그 축소안' 적극 검토해야

기사입력 2020-04-02 07:40


KBO리그 각 구단 단장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31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2020시즌 개막일정과 연습경기 진행 여부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KBO는 지난 24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4월7일부터 구단 간 연습경기를 진행하고 내달 20일 이후 정규시즌을 개막하기로 결정한바 있다.
도곡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3.31/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KBO 실행위원회(단장 모임)는 지난 31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개막 일정을 논의하면서 리그 축소도 검토했다. 팀당 144경기를 108경기, 117경기, 126경기, 135경기로 줄이는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최대 5월 초 개막이 144경기를 치를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 늦어지면 경기수 축소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행위에서 여러가지 방안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초는 5월 1일 또는 5일이다. 이때 개막하면 정규시즌은 10월내로 마칠 수 있고, 포스트시즌은 11월 말까지 진행된다. 시즌을 정상 운영할 경우를 고려한 시나리오다. KBO가 논의하는 리그 축소는 날씨가 추워지기 전인 11월 중순 포스트시즌을 마치는 걸 전제로 한다. 올스타전을 취소하고 월요일과 더블헤더를 실시하면 5월초 개막시 135경기, 5월 말 개막시 108경기를 소화한다는 방안이다. 매우 현실적이다. 바이러스 사태가 이달 안에 진정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11월 말까지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게 합리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KBO와 구단들이 144경기를 우선 순위로 두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경기수를 줄이면 중계권과 관중 입장, 각종 마케팅 수입에 미치는 타격이 작지 않다. 중계권 수입의 경우 지상파와 뉴미디어를 합친 연평균 금액은 760억원에 이른다. 경기수가 줄면 이 부문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입장 수입 감소도 피할 수 없다. 팀당 135경기, 총 675경기로 축소할 경우,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입장 수입 858억3456만원을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약 54억원이 감소한다. 팀당 108경기로 줄이면 무려 214억원이 줄어든다. 야구장을 찾는 사람이 줄면 상품 판매와 관련 매출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모기업에서 운영비의 최대 30~40%를 끌어다 쓰는 구단 입장에서는 한 푼이 아깝다. 경기수가 줄어도 선수 연봉은 그대로 지급되니 구단 운영 비용이 줄어들 여지는 작다. KBO리그는 훈련, 연습경기 등을 포함한 참가활동기간(2~11월)을 기준으로 연봉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44경기를 위해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를 넣는다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올스타 브레이크도 없어질 수 있는 마당에 선수들이 쉴 틈이 없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시즌 막판 부상자도 속출할 것이다. 수도권 구단의 한 선수는 "결정나면 따라야 하겠지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는 부작용이 더 클 것 같다"고 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고, 7월에는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개최된다는 점이다. WBC 준비와 올림픽 기간 시즌 중단을 감안하면 선수들은 내년 2월 초부터 포스트시즌이 끝나는 11월 초까지 전력을 다해야 한다. 올해 11월 말까지 팍팍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면 피로 누적은 배가된다. 두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WBC와 올림픽 대표팀을 따로 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2~1월 비활동기간이 있다고 해도 WBC와 올림픽에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 리그 축소는 필요하다. KBO와 구단들은 수입 문제에 매달리기보다 이미 테이블에 올려놓은 현실적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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