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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메이저리그(MLB)가 오페라라면, KBO리그는 로큰롤 축제의 현장이다. 한국을 열광시킨 '빠던(Bat-flip, 배트 던지기)'의 시초는 양준혁이다."
ESPN은 6일(한국 시각)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개막전 중계에 앞서 정훈 구자욱 최준석 등의 '배트 플립' 영상을 전하며 "축구의 골 세리머니를 연상시킨다"고 소개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ESPN은 2016년 10월에 쓰여진 '배트 플립의 미스터리'라는 기사를 다시 게재하며 한국 야구 소개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기사에는 사직과 잠실, 수원 야구장 관람 후기를 비롯해 당시 롯데에서 뛰던 조시 린드블럼부터 이범호 최준석 김건우 양준혁 이승엽 홍성흔 박찬호 대니얼김까지 많은 한국 야구인들의 인터뷰가 담겼다.
ESPN의 미나 키메스 기자는 'MLB와 다를바 없던 사직의 분위기는 1회초 시작과 함께 완전히 달라졌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의 구호와 동작에 맞춰 관중들은 다양한 율동을 선보였다. 춤을 추는 여고생부터 주황색 봉투를 머리에 쓰고 응원하는 관객들까지, 슌고 요란한 엔터테인먼트가 계속됐다'는 한국 야구의 첫인상을 전했다.
하지만 김건우 코치는 "전염성이 있는 일종의 팬서비스다. 물론 아무도 인정하진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가 꼽은 '빠던'의 시초는 양준혁의 만세 타법이다. 김 코치는 양준혁에 대해 '이전까지 한국 야구에 정해져있던 형식을 거부하고 껍질을 깨뜨렸다. 스웨그가 넘치다 못해 신이 된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어 기자가 직접 만난 양준혁은 "코치들은 나의 '개폼(dog-form)'을 고치려고 했다. 하지만 난 내가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 많은 선수들이 내 '배트 던지기'를 따라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비난받았지만, 좋은 성적을 내면서 오히려 개성으로 인정받았다는 것.
이어 양준혁은 "(배트 던지기를 처음 본)외국인 투수들은 나를 맞추려고 했다. 그들이 민감하게 느낀다는 사실은 지적받기 전까진 몰랐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관계자의 말을 빌어 '튀어나온 못은 두들겨 맞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양준혁은 한국 야구의 못 같은 선수지만, 두들겨 맞길 거부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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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찬호와 서재응 등 MLB 출신 선수들의 생각은 미국 야구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승자와 패자 사이의 예를 갖춰야한다. 좀 당혹스럽다"는 것. 박병호 황재균 강정호 등은 MLB 진출을 앞두고 '배트 던지기'를 끊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매체는 미국과 한국이 야구라는 똑같은 스포츠를 즐기지만, 이를 향유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오페라'와 '로큰롤'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MLB는 팬을 잃고 있다. 반면 한국 야구 문화는 모두 팬들을 위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번 KBO리그의 미국 생중계를 통해 '빠던'의 수출이 이뤄질 수 있을까. 적어도 한국 야구 선수들이 '예의가 없어서' 배트를 던지는 게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히 전달될 것 같다. 한국 야구에 처음 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불쾌해하는 일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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