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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러셀 덕분에 내야 든든"…'홀드 1위' 이영준도 인정한 '러셀 효과'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8-11 17:52 | 최종수정 2020-08-12 07:00


키움 이영준.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키움 히어로즈 이영준의 마음 속에 팀의 리그 우승과 더불어 또 하나의 꿈이 움트고 있다. '홀드왕'의 꿈이다.

이영준은 KBO리그 2위로 올라선 키움 불펜의 핵심 투수다. 올시즌 1승3패 17홀드로 주권(KT 위즈) 진해수(LG 트윈스) 등을 제치고 홀드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즌초 부진으로 깎인 성적을 복구하느라 평균자책점은 4.29에 불과하다. 하지만 '승계주자 실점 0'이라는 무시무시한 특징이 올해의 이영준을 대표한다.

이영준은 덕수고와 단국대를 거쳐 2014년 KT 위즈에 입단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 방출됐고, 군복무를 마친 뒤 2017년 키움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기량을 꽃피웠다. 지난해 총 29경기 33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하며 가능성은 보여줬지만, 올해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도 꿈꾸지 못했던 호성적이다. 이영준은 "홀드 1위에 내 이름이 있으니 기분이 좋다. 신경 안 쓰려고 하는데, 사람인지라 쉽지 않다"며 미소지었다.

올시즌 최고 구속도 149㎞까지 찍었다. 이에 대해 이영준은 "2년 전까지만 해도 꿈의 구속이었다. 그런데 난 늘어도 150까진 못갈 것 같다"면서 "(조)상우나 (안)우진이처럼 150㎞ 넘게 던지는 투수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마무리 조상우, 셋업맨 이영준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키움 불펜의 전반적인 힘이 좋아졌다. 김태훈 김상수(8홀드) 양현(7홀드) 안우진(6홀드) 등 불펜 전반적인 시너지 효과가 돋보인다.

이영준은 이에 대해 "불펜 분위기가 정말 좋다. 서로서로 의존하고, 또 막아주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라며 "어쩌다보니 제가 투수 주장이 됐는데, 분위기 좋게 만드려고 노력중이다. 서로 잘 막아준 날은 고맙다고 커피를 돌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셀이 온 뒤로 내야 수비가 확실히 좋아졌다. 투수로서 심리적 안정감이 엄청나다. 난 원래 주자 있을 때 집중이 더 잘되고, 마음이 편하다"면서 "내야수들을 쭉 돌아보면 정말 든든하고 편안하다. 땅볼 나오면 무조건 잡아줄 거라 믿는다"며 활짝 웃었다.


러셀은 이날 타석에서는 무안타에 그쳤지만, 7회초 2사 3루 위기에서 노수광의 날카로운 안타성 땅볼을 멋지게 처리해내며 자신에 대한 신뢰에 보답했다.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1사 1루 LG 라모스의 타구를 키움 유격수 러셀이 잡아 병살로 연결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8.09/
이영준은 지난달 18일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부터 투구폼 지적을 받았다. 셋업 자세에서 뒷다리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 이후 이영준은 오른발을 들지 않고 고정시킨 채 왼발을 드는 자세로 교정을 거쳤다.

허문회 감독은 지난해까지 키움에서 수석코치로 함께 했던 사이다. 하지만 이영준은 '혹시 허 감독하고 연락해봤냐'라는 말에 "어떻게 제가 그런 전화를 드리냐"며 펄쩍 뛰었다.

"처음엔 조금 불편했는데, 이젠 적응을 마쳐서 편안하다.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기보다, 이렇게 하고 나서 경기가 잘 풀리더라. 제구도 잘 되는 것 같다. 사실 캠프 때부터 손혁 감독님이 지적하신 부분이다. 고등학교 때부터의 투구폼이라 좀 고민했는데, 시즌 중에도 항의가 들어왔으니 지금 자세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뭔가 올렸다 내리는 힘을 받아서 던지려다보니 점점 뒤꿈치가 올라갔던 것 같다."

손혁 감독은 "전에 톰 글래빈이 던지는 걸 봤는데, 마운드에 스파이크 자국이 딱 5개만 찍혀있었다. 공 80개를 던지는데 매번 정확한 위치를 딛으면서 던진 거다. 제구를 잘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영준의 경우 발을 드는 높이나 폭이 조금씩 달랐다. 내려놓는 위치가 미세하게 바뀌면서 밸런스가 흔들렸을 거다. 작년에 워낙 잘 던져서 크게 얘기 안했는데, 상대팀도 심판진도 얘기를 하니 수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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