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장재영 후폭풍'이 코로나19 여파에 숨죽이던 KBO리그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가 장재영에게 매긴 9억원의 몸값에 야구계 전체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키움 히어로즈는 7일 "2021년 신인 1차 지명 장재영과 계약금 9억원에 입단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06년 한기주(KIA 타이거즈)에 이어 KBO리그 신인 계약금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장재영은 1m88, 92kg의 뛰어난 신체조건이 돋보이는 우완 정통파 투수다. 덕수고 1학년 시절부터 150㎞가 넘는 직구를 구사해 메이저리그(MLB)에서 신분조회를 요청하는 등 주목받았다. 올시즌 비공식 기록으로는 최고 157㎞까지 던졌다는 후문. 덕분에 강릉고 김진욱과 더불어 고교랭킹 1위를 다투는 최대어로 꼽혔다.
하지만 아직 투수로서 완성된 선수는 아니라는 평. 압도적인 구속과 달리 올시즌 고교야구 성적은 9경기 16⅔이닝 동안 2승 평균자책점 5.29에 그쳤다. 특히 올해 첫 전국대회였던 대구고와의 청룡기 32강전에서 2회 구원등판, 투구수 20개 중 16개가 볼이 될만큼 극심한 난조 끝에 ⅓이닝만에 교체되기도 했다.
장재영의 지난 3년간 고교 통산 성적 역시 준수하지만 특출나진 않다. 27경기에 등판, 5승2패 53이닝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38이었다.
오히려 올해는 타자로서의 재능이 빛을 발했다. 올시즌 '타자' 장재영의 성적은 16경기 타율 3할7푼(46타수 17안타) 3홈런 21타점, 출루율 0.500 장타율 0.652에 달한다. OPS(출루율+장타율)이 1.152, 팀동료 나승엽(타율 4할8리 2홈런 27타점 OPS 1.162)와 더불어 타자랭킹 톱을 다툰다. 올시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은 투수가 아닌 타자 장재영에게 주어진 것으로 봐야한다.
다만 키움의 의중이 '강속구 투수' 장재영에게 있음은 명확하다. 여기에 MLB행을 포기하고 KBO리그로 진로를 돌린 것에 대한 보상 측면이 더해진 모양새다.
하지만 장재영의 계약금으로 인한 파문이 야구계를 당황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인 선수의 계약금 산정은 고교 시절의 성적과 지명한 팀에서의 쓰임새, 선수로서의 잠재력, 비슷한 레벨로 평가되는 선수들의 계약금 등에 따라 달라진다.
|
이외에도 KIA 타이거즈 1차지명자 이의리(광주제일고, 6승2패 77이닝 평균자책점 1.75 91삼진), 삼성 라이온즈 1차지명자 이승현(대구상원고, 7승2패 102⅔이닝 평균자책점 1.76 112삼진) 등의 기록도 쟁쟁하다. 구속은 장재영이 뛰어날지 모르나, 투수로서의 완성도나 잠재력 면에서는 못지 않다는 평가다. 고교 성적만큼은 이들이 장재영보다 훨씬 뛰어나다. 세 선수 모두 왼손 투수라는 장점도 갖췄다. 한 KBO리그 단장은 "장재영이 9억원을 받은 이상, 다른 선수들의 액수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리 없다"고 답했다.
여기에 미국행을 노크중인 나승엽의 KBO 컴백 여부도 관건이다. 나승엽은 타자이긴 하지만, 장재영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MLB 입단 계약이 진행중인 선수다. KBO로 선회할 경우 장재영 못지 않은 'MLB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KBO리그 역대 신인 계약금 톱10(소속팀은 입단 당시 기준)
1위 한기주(2006·KIA) 10억원
2위 장재영(2021·키움) 9억원
공동 3위 임선동(1997·LG)·김진우(2002·KIA)·유창식(2011·한화) 7억원
공동 6위 김명제(2005·두산)·윤호솔(2013·NC)·안우진(2018·키움) 6억원
공동 8위 유원상(2006·한화)·성영훈(2009·두산) 5억 5000만원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