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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스토리]"내게 힘이 된 존재" 알칸타라는 20승 이후 '친구'를 떠올렸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10-31 07:00


알칸타라와 페르난데스. 스포츠조선DB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0승 달성 후 알칸타라가 가장 먼저 떠올린 동료는 페르난데스였다.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정규 시즌 최종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2안타 5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으로 시즌 20승에 성공했다. 팀의 순위를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한 알칸타라는 키움 타선을 상대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6회 2아웃까지 단 한명의 타자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한 '퍼펙트' 행진이었다. 퍼펙트가 깨진 이후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알칸타라는 8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첫 타자 에디슨 러셀에게 안타를 허용한 후 마운드를 이영하에게 넘겨줬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이영하가 3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두산이 2대0 승리를 확정지었고, 알칸타라의 20승도 지켜졌다.

이로서 알칸타라는 9월 1일 한화전 이후 개인 10연승. 10월 등판한 6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하며 20승 대기록을 달성했다. KBO리그 2년 차인 올해 처음으로 '다승왕'과 '승률왕' 타이틀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또 KBO리그 역대 21번째 20승 투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지난해 두산 조쉬 린드블럼(20승3패)에 이어 두산은 2년 연속 20승 투수를 배출했다. 베어스 역사에서는 알칸타라가 박철순(82년) 다니엘 리오스(07년) 니퍼트(16년) 린드블럼(19년)에 이어 다섯번째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승리 확정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알칸타라는 가장 먼저 페르난데스의 이름을 꺼냈다. 알칸타라는 도미니카공화국, 페르난데스는 쿠바 출신이지만 둘 다 모국어가 스페인어인데다 문화가 비슷하다는 특성 때문에 빠르게 친해졌다. 호주 스프링캠프 합류 직후부터 페르난데스는 알칸타라를 마치 친동생처럼 살뜰하게 챙겼고, 알칸타라 역시 페르난데스의 도움을 받아 두산 선수단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었다.

'절친' 두 사람은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나란히 기록이 걸려있었다. 알칸타라는 20승에 도전하고 있었고, 페르난데스는 200안타에 2개만 남겨둔 상태. 알칸타라는 8이닝 무실점 완벽한 투구로 20승과 팀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페르난데스는 실패하고 말았다. 첫 타석 안타로 199안타까지 도달했던 페르난데스는 나머지 타석에서 모두 2루 땅볼을 기록하며 침묵했다. 투수전이 펼쳐지며 페르난데스에게 주어진 타석 기회는 단 4번 뿐이었다.

경기 후 알칸타라는 20승 소감을 묻자 "정말 기쁘다"면서 먼저 페르난데스 이름을 꺼넸다. 알칸타라는 "처음 호주 캠프에 합류했을때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바로 호세(페르난데스)였다. 호세는 내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줬고,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많은 조언을 해준 사람이다. 그는 내게 '우리 팀에 왔으니 넌 20승을 할 수 있을거야'라고 말해줬었다. 페르난데스에게 정말 많이 고맙다"며 인사를 전했다. 대기록을 함께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비록 페르난데스의 200안타는 무산됐지만, 아직 함께 웃을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다. 올 시즌 보여준 두 사람의 활약에 내년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뛸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절친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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