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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고선수→전력분석→한화 코치' 이동걸 "험난한 야구 인생, 포기없이 버텼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12-09 16:18 | 최종수정 2020-12-10 08:00


한화 이동걸 코치의 선수 시절.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 야구인생에 대해 한번도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지 않았다. 선수 시절이 화려하진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감회가 남다르다."

굴곡 많은 야구 인생 속 프로 데뷔 14년 만에 정식 코치가 됐다. 이동걸 한화 이글스 코치가 털어놓은 속내는 묵직했다.

전력분석원 출신 코칭스태프는 최근 KBO리그의 트렌드다. 야구 현장의 무게감이 프런트로 이동하면서, 스타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데이터에 밝고 소통에 능한 코칭스태프가 늘고 있다. 장정석 전 히어로즈 감독,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처럼 '꿈의 자리' 1군 사령탑까지 진출한 예도 있다.

한화는 9일 이동걸 전력분석원을 정식 코치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은퇴 후 전력분석원으로 일한지 2년 만이다. 정민철 단장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선수 평가와 유망주 육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이동걸 코치의 휴대전화에는 축하전화가 쏟아졌다. 그는 "삼성과 한화에서 함께 했던 선수, 코치님들께 축하를 많이 받았다. KT 위즈로 이적한 안영명도 축하 전화를 걸어왔다"며 웃었다.


한화 이동걸 코치의 선수 시절. 스포츠조선DB
정식 코치가 된 날, 이동걸은 2011년 10월 4일을 떠올렸다. 신고 선수를 거쳐 다시 정식 선수로 등록된 다음날, 데뷔 이후 처음 잠실구장 마운드에 오른 날이다.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야구 선수가 됐구나' 싶더라. 초등학교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잠실구장에 다니면서 선수의 꿈을 키웠다. 야구장 가면 '공 하나만 주세요'하는 어린이들, 딱 어린 시절 내 모습이다."

전력분석원에서 일약 코치로 발탁된 배경은 뭘까. 그는 "데이터에 나타난 선수의 특수성을 활용해 실전에서 타자들을 상대하는 법을 제시하는 게 내 역할이다.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구와 포크의 투구 궤적이 비슷한 점을 활용해 올시즌 정상급 선발투수로 올라선 김민우가 대표적이다.


"누구나 150㎞ 직구를 던질 수는 없다. 가진 능력을 최대한 이용해서 타자를 이겨야한다. 데이터는 더 효과적인 플레이를 준비할 근거가 된다. 자신도 몰랐던 특수성을 무기로 만들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선수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다."


한화 이동걸 코치의 선수 시절. 스포츠조선DB
이동걸은 휘문고 시절 1년 후배 우규민(삼성 라이온즈) 지석훈(NC 다이노스)과 함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선수 생활 내내 거듭된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2군 다나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묵직한 구위를 뽐냈지만, 1군과의 인연은 많지 않았다. 12년 통산 84경기에 출전, 2승 1패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93이 전부다.

매년 KBO리그에 입단하는 신인은 100명이 넘는다. 일찌감치 포기하는 선수들 중에는 야구계를 완전히 떠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동걸은 7라운드 신인으로 데뷔한 이래 군복무 직후 신고 선수 전환, 부상으로 인한 방출 이후 육성 선수 전환, 부상으로 은퇴하는 악재 속에서도 야구인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8년 은퇴 직후 전력분석원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올해초에는 자체 청백전 해설을 맡아 호평받기도 했다.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선수로서도, 전력분석원으로도 마찬가지다. 야구에 관한 한 내 노력에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어본적이 없다.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야구를 갖고 있다. 코치로서 그 바람을 잘 듣고, 장점을 살릴 수 있게 돕고 싶다."


한화 이동걸 코치. 스포츠조선DB
한화는 2021시즌을 앞두고 첫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했다. 한화의 터줏대감 같았던 베테랑 선수들, 기존 코칭스태프 9명과도 작별했다. 이동걸 코치의 선임은 한화에겐 또 하나의 쇄신 포인트다.

"새 감독님, 코치님들께 데이터를 잘 전달하고, 선수들이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회 주신 사장님, 단장님께 감사드린다.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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