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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키움 발 엑소더스의 시작일까.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통상 FA를 앞둔 선수들은 연봉을 덜 깎거나, 더 주는 경우가 많다. 보상금을 늘려 선수의 이탈을 막기 위함이다. 선수도 보통 이를 수용한다. 원 소속구단 잔류라는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야구인은 "아무리 FA 등급제가 있다고 해도 서건창 처럼 몸값을 스스로 대폭 깎는 경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며 "현명한 결정인지는 1년 후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신중한 시선을 보냈다.자진삭감으로 서건창은 A등급을 피해 B등급 FA로 시장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B등급은 구단 내 연봉 4~10위, 리그 전체 31~60위에 해당된다. 팀 내 기준은 맞췄고, 이제 리그 전체 연봉 발표만 남았다.
A등급 선수에 대한 보상은 '보호선수 20명 외 보호선수 1명+연봉의 200%'다. B등급은 '보호선수 25명 외 보호선수 1명+연봉의 100%'다. 보상선수 없이 금전으로만 '연봉의 300%'나 '연봉의 200%'를 각각 선택할 수도 있다. 서건창 규모의 적은 연봉(2억2500만 원)이면 무조건 보상선수를 택할 공산이 크다.
예비 FA 블루칩 한현희(28)는 지난해 연봉에서 동결된 2억9000만 원에 사인했다. 키움 5번째 고액 연봉으로 팀 내 B등급 기준은 일단 맞췄다.
다음날인 13일에는 2019년 홀드왕 출신의 FA 김상수의 사인&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졌다.
키움과 계약기간 2+1년에 총액 15억5000만원에 FA 계약을 한 뒤 곧바로 SK로 트레이드 됐다. 대가는 현금 3억 원과 202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권이다.
사인앤트레이드. 키움의 전매특허다. 최근 4년간 무려 3차례나 있었다. 2017년 채태인, 지난해 김민성에 이어 김상수가 세번째다. 모두 30대 베테랑 선수들이었다.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지 않은 키움 히어로즈는 효율을 추구한다.
누적 몸값이 비싸진 베테랑 선수들 보다 가성비 좋은 젊은 선수를 발굴해 쓰는 것을 선호한다. 베테랑이 설 자리가 좁은 현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시즌 코로나19 여파 속 관중 격감으로 최악의 적자가 현실화 됐다. 관중과 현장 마케팅은 키움의 주 수입원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서건창 등 예비 FA들도 잘 알고 있다. 여기에 마침 FA 등급제가 겹쳤다. 서건창의 사상 유례 없는 자발적 연봉 대폭 삭감은 스스로 살길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베테랑 선수의 키움 발 엑소더스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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