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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어제 오고 오늘 또 왔다. '왜 왔어?' 하니까 웨이트하러 왔다더라."
하지만 한국 생활 2년차인 스트레일리는 동료들이 보고 싶고, 야구가 하고 싶었다. 더이상의 기다림은 무의미했다. 스트레일리는 자가격리를 마친 2일 사직 현장을 찾아 동료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눈데 이어, 3일에는 아예 본격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정규 훈련 시간인 11시보다 먼저 사직구장을 찾아 웨이트를 했고, '비닐하우스' 불펜에서 진행된 투수조 훈련에도 슬쩍 끼어들었다.
스트레일리는 지난해 194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4패 평균자책점 2.50의 호성적을 거뒀다. 롯데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다. 성적만이 아니다. 사회성도 밝고, 동료애도 끈끈하다. 관계자들이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유가 있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팀의 분위기, 가고자하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그런 환경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일리가 그렇게 앞장서서 운동을 하니까 참 좋다."
3년간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에, '레전드' 이대호의 우승 공약까지 더해진 롯데 선수단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른 상황. 손아섭, 전준우 같은 베테랑들이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웨이트장이 가득 차 있더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허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혹시 나 때문에 오버할까봐 걱정된다. 비닐하우스도 아직 안 가봤다. 선수들이 뛰는 모습도 티나지 않게 지켜본다"며 기분좋게 웃었다.
허 감독이 강조해온 자율훈련은 10개 구단이 모두 국내 전지훈련을 소화하는 올시즌 한층 중요성이 커졌다. 롯데 구단의 공식 단체 훈련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아침부터 훈련을 시작하는 타 팀에 비해 짧은 편. 하지만 허 감독은 "훈련은 시간보다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보다 낫긴 하지만 추운게 사실이다. 훈련하기 좋은 날씨는 아니다. 부상이 걱정된다. 일괄적으로 리드하기보다 선수들이 자기 몸에 맞게 채워서 하는 편이 낫다. 일찍 나오는게 좋은 선수들이 있고, 2시 이후에 천천히 하는게 나은 선수도 있다. 분명한 건 비시즌 동안 선수들이 몸관리를 참 잘했다. 이제 팀이 좀 자리를 잡는 것 같아 뿌듯하다. 강팀은 이렇게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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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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