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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도전, 열악한 조건' 양현종, 류현진-김광현과 대등해질까

기사입력 2021-02-14 11:09


양현종이 지난해 10월 29일 광주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시즌 마지막 등판에 나섰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꿈을 펼칠 양현종은 메이저리그에 먼저 진출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는 달리 엄청 불리한 환경에서 싸워야 한다.

스플릿 계약이라 불리는 마이너리그 계약은 신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스프링캠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메이저리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될 경우 130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성적에 따라 55만달러의 보너스도 추가로 챙길 수 있다. 보너스는 투구이닝에 따라 정해졌을 것이다.

양현종 측에서 밝히진 않았지만,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면 연봉 수준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57만500달러)에도 비할 바가 못된다. AP 보도에 따르면 올해 마이너리그 최저 주급은 트리플A의 경우 700달러로 책정됐다. 한 시즌 대략 20주를 소화하는 트리플A 선수들은 1만4000달러를 최저 연봉으로 받는 것이다. 물론 양현종이 최저 연봉을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KBO리그에서의 활약상이 반영된 연봉이 책정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양현종은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경쟁에서 승리하면 대망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고, 패하면 마이너행을 감수해야 한다. 1년 계약을 했으니, 올해 메이저리그에 실패하면 내년에는 또 한 번의 도전이 아닌 한국 컴백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12월 일구상 시상식에서 포즈를 함께 취한 양현종 류현진 김광현.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류현진은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할 때 6년 보장금액 3600만달러에 계약했다. 다저스는 한화 이글스에서 7시즌 통산 98승52패, 평균자책점 2.80을 올린 KBO리그 대표 에이스를 최대한 예우했다. 류현진은 최후의 보루로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던 '마이너 거부권'을 쟁취했으며, 원소속팀 한화에는 2500만달러가 넘는 이적료까지 챙겨줬다.

김광현도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보장 금액 800만달러에 계약하며 빅리그 꿈을 이뤘다. 김광현 역시 마이너 거부권을 관철시켰다. 김광현은 올해 세인트루이스의 3선발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데, 일정 성적을 올리면 올시즌 후 FA 시장에서 적지 않은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딱 적절한' 시기에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류현진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고, 김광현의 경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상태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뤘다. 그는 2019년 31경기에서 190⅓이닝을 던지며 17승6패, 평균자책점 2.51을 올린 뒤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선언했다. 세인트루이스에 어필할 수 있던 건 빨라진 구속과 스플리터였다. 각종 부상과 수술에 시달리며 구속 감소를 겪었던 김광현은 2019년 직구 평균구속을 140㎞대 후반으로 끌어올리고 스플리터를 실전용으로 장착하며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었다.

반면 양현종은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6년 200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68을 올린 뒤 FA 자격으로 빅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당시엔 이렇다 할 오퍼가 오지 않았다. 결국 KIA 타이거즈에서 4년을 더 던진 뒤 열악한 조건 속에 마지막 도전장을 던졌다.

2017년 20승, 2019년 평균자책점 2.29 등 기세가 좋았을 '때'를 놓친 건 아쉽다. 지난해 31경기에서 11승10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부진했던 게 메이저 보장에는 결정적 악재가 된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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