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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만약 나에게도 똑같은 아들이 있었다면, 그렇게 까진 못했을 것이다."
원태인이 삼성 유니폼을 입기 35년 전, 원민구 감독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1984년 삼성에서 1차 지명 선수로 그를 택한 것. 그러나 원민구 감독은 개인 사정으로 누구나 꿈꾸는 프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경복중 등을 거치며 아마추어 선수를 육성하며 '제2의 야구 인생'을 살았던 그에게 마흔이 넘어 얻은 아들이 자신의 한을 풀어준 것이다. 원민구 감독은 불공 뿐만 아니라 원태인의 선발 등판 때마다 전국 각지를 돌며 현장 직관을 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늦둥이, 자신과 같은 야구인의 꿈을 먹고 프로에서 쟁쟁한 선수들과 겨루는 모습을 바라보면 '아들 바보'는 어쩌면 숙명이다.
원태인은 "선발 등판날 0시가 되면 갓바위에 오르셨다. 사실 (프로 데뷔 후)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내게 나와 같은 아들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태인은 "아버지가 최근 유소년 클럽야구팀을 맡으셨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간과 경기 시간이 겹친다. (선발 등판하는 날) '다 던져 놓고 보러 가겠다'고 말씀하시더니 요즘 소홀하시다"고 웃었다. 그는 "직관은 못하셔도 TV로 경기는 꼭 챙겨 보신다. 집에서 야구 이야기는 자세히 안하신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말씀 정도다. '행복하다, 고맙다'는 말씀도 많이 하신다"고 밝혔다. 원태인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다. (아버지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좋은 출발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원태인이다. 삼성 허삼영 감독 역시 "이제 3경기를 던졌을 뿐이다. 그 3경기가 (원태인이 가진) 전부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원태인 역시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지난 경기에 연연하지 않고, 다가올 경기를 매일 생각하며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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