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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읍소했다.
삼성 3년차 외인 투수 벤 라이블리(29).
우려의 시선은 오래가지 않았다. 반짝 부진을 딛고 곧바로 반등에 성공했다.
늦어지던 첫 승 신고. 사령탑은 적극 감쌌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운이 따라야 하는 승리보다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 받고 싶어한다. 최근 4경기만 봤을 때 리그 톱3에 들어가는 기록이다. 승리가 없을 뿐 표정도 밝고, 걱정은 크게 안해도 되겠다 싶다"고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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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걱정은 그때 부터가 시작이었다.
11일 수원 KT전. 공 하나도 던지지 못한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갑작스런 어깨통증. 우려를 자아냈다.
곧바로 검사를 받았다. 검진 결과 다행히 뼈 등 메카닉 적으로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구단도, 감독도 안도했다. 한차례 등판을 거르고 휴식을 주기 위해 등록 말소했다.
열흘 뒤 복귀 일정을 짜던 차. 살짝 불길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선수가 지속적으로 어깨 쪽 불편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소식. 경험에 보지 못했던 어깨쪽 이상 징후. 부쩍 예민해졌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모든 투수는 어깨 쪽 이상 신호에 민감하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이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선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대부분 재활에 성공하는 팔꿈치와 달리 어깨는 칼을 대는 순간 재기 불능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젊은 외인투수인 라이블리. 그는 빅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지난 캠프 기간 중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성적을 잘 내서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빅리그 재진입을 꿈꾼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어깨 이상이 자신의 빅리그 재입성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불안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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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올 시즌은 예년과 다르다.
6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하겠다는 의욕으로 전 선수단이 똘똘 뭉쳐있다. 달라진 분위기, 라이블리도 잘 알고 있다.
외인, 토종을 떠나 힘을 보태려 노력하는 건 당연지사다. 기계 처럼 "나보다 팀 퍼스트"를 외치는 외인 선수의 바른 자세다.
가뜩이나 삼성은 풀타임을 한번도 소화하지 못한 자신에게 세번이나 기회를 준 팀이다.
하지만 수술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구단은 "선수 쪽에서 들은 바 없다"고 펄쩍 뛴다. 미스터리다.
만에 하나 본인의 입으로 '수술'을 언급했다면 이는 곧 푸른색 라이온즈와의 영구 결별을 의미한다.
파란색 머리도, "다른 사람이 되겠다"던 다짐도, 모두 허탈해지는 순간.
만약 오해였다면 스스로 최선의 재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노력하다 안되서 떠나는 선수와, 몸 사리다 무책임하게 떠나는 선수의 뒷 모습은 전혀 다른 잔상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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