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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대주자의 삶은 고달프다. 언제 출전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라운드로 나갈 때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동점을 만들어야 하거나 결승점을 뽑아야 할 때 나가기 때문이다. 그 한번의 기회에서 유니폼이 더러워져야 성공한 경기가 된다.
5-5 동점이던 8회말 선두 문보경이 볼넷을 걸어나간 뒤 LG 류지현 감독은 김용의를 대주자로 기용했다. 7번 김민성의 희생번트로 2루로 간 김용의는 8번 유강남 타석 때 과감한 3루도루를 감행해 성공했다. 이어 유강남의 3루수앞 땅볼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했다.
벤치의 사인이 있었을까. 아니었다. 김용의가 스스로 판단해서 뛴 결과였다.
사실은 이 도루에도 엄청난 눈치 싸움이 있었다고. 초구에 뛰려 했는데 KT의 베테랑 2루수 박경수가 빨리 눈치를 채서 일부러 안뛰는 듯 행동했다고 했다. 김용의는 "경수 형이 안영명 투수를 불러 얘기를 하더라. 그리고 이후 투수의 패턴이 바뀌었다"라면서 "그래도 투수의 습관은 어쩔 수 없다. 4구째 타이밍을 잡고 뛴게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팀이 소화한 49경기 중 38경기에 출전한 김용의지만 타석에 선 것은 16번 뿐이다. 선발로는 한번도 출전한 적이 없고, 대타는 딱 한번만 나갔다. 나머지는 모두 대타 혹은 대수비로만 출전했다. 대주자에 수비는 1루만 가능한 김용의는 효율면으로 보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용의는 더그아웃에서 파이팅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면서 경기 후반 승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주자를 위해 머릿속으로 미리 시물레이션을 한다고. 김용의는 "경기 전에 오늘 나올 구원투수들을 생각하면서 그 투수들이 던지는 것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미리 머릿속에 그려넣는다. 그래야 대주자로 나가서도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라고 그만의 노하우를 말했다.
스프링 캠프 때 "내가 대주자나 대수비로 나가서 승리하는 경기가 몇경기만 되면 좋겠다"라고 했던 김용의는 "오늘이 그런 날이다"라며 "앞으로 1∼2 경기만 더 이렇게 이기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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