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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공교로운 일이었다.
15일 잠실 두산-삼성전, 5-0으로 앞선 삼성의 4회말 수비.
선발 김대우가 두산 선두 타자 박건우의 강습타구 오른쪽 정강이를 맞았다. 그 자리에서 쓰러진 김대우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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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앰뷸런스가 들어왔고, 응급 처치를 받은 김대우는 왼다리에 지탱해 일어섰다. 결국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 올랐다.
박건우는 이 과정 내내 김대우 곁을 지키며 어쩔 줄 몰라했다. 구급차에 실리던 김대우가 이 모습을 봤다.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던 후배를 향해 김대우는 활짝 웃으며 왼손을 들었다.
'괜찮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의 손짓.
아무리 친한 동생이라도 결코 쉽지 않은 행동었다.
김대우는 이날 3이닝 4안타 무실점 호투 중이었다. 5점 차 리드라 5이닝을 채우면 승리투수가 될 공산이 무척 컸다. 이겼다면 시즌 첫 승. 심지어 지난해 7월29일 대구 한화전 부터 이어온 지긋지긋한 6연패를 끊는 소중한 승리가 될 뻔 했다. 모두가 김대우의 승리를 염원했다. 이날 선제 만루홈런을 안긴 이원석 조차 "대우한테 2이닝 만 버티라고 응원했는데 부상이라니"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검진 결과 뼈를 다치지는 않았지만 당장 다음 등판을 기약할 수 없게 된 점도 김대우를 힘들게 했다.
날벼락 같은 타구 사고. 육체적 고통 만큼 정신적 고통을 안은 채 구급차에 올랐다. 찡그릴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음에도 그는 천사처럼 활짝 웃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어쩔 줄 몰라하던 동문 후배 때문이었다. 후배를 향한 위로가 자기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보다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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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던 서른셋 베테랑 투수. 모든 계획이 틀어진 자신보다 후배를 먼저 챙긴 그는 끝까지 '좋은 선수'이자 '좋은 사람'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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