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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군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 우스갯소리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역이라는 해방을 앞두고 행여 문제라도 생길까 잔뜩 몸을 사리는 시기라는 의미.
그는 올 시즌 종료 후 FA가 된다. 남은 시즌을 뛰지 않더라도 자격 요건을 이미 모두 갖췄다. 부상 직전까지 올시즌 등록일수 145일을 딱 채웠다.
그럼에도 '람보르미니' 박해민에게 안전주행은 없다. 주위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둘러 돌아왔다.
오른손 엄지 쪽 심한 인대손상으로 처한 수술 기로에서 본인의 의지로 재활 선택. '최소 한달'이란 의학적 소견을 무시하듯 절반을 뚝 잘라 2주만의 복귀. 모두를 놀라게 한 깜짝 사건이었다.
"그라운드로 빨리 돌아오고 싶다"는 불굴의 의지에 개인적인 사심은 단 1%도 없었다.
실제 이로울 게 없다.
괜히 무리하다 만에 하나 부상 부위가 악화될 경우 대박 계약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도루왕 타이틀도 물 건너갔다. 공동 1위를 달리던 김혜성(키움)이 2주 간 자리를 비운 사이 7개 차(40도루)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본인도 "혜성이가 너무 많이 뛰어놔서 도루왕 욕심은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도 개인적인 이익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2주간 팀과 떨어져 있으니까 '그라운드에 있는 게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전력적으로 보탬이 될지 모르지만 빨리 섞여서 중요한 시기에 함께, 재미있게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죠. 개인적인 고려는 없었어요. 이미 FA 일수는 다 채웠고, 포스트시즌에 맞춰서 와도 됐거든요. 저만 생각한다면 빨리 돌아올 이유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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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나 수비할 때 트라우마를 걱정하시는 팬분들도 계실텐데요. 저는 그런 건 없어요. 똑같이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할 거고, 다이빙 캐치를 시도할 거에요."
그라운드에 서면 열정적 플레이를 펼치는 박해민. 본인보다 주위의 시선이 조마조마 하다.
"제가 선택한거고 하겠다고 말씀 드린 거라 (문제 발생시)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 생각해요. 그런 걸 생각했다면 굳이 오려고 안 했겠죠. '오늘 등록했다'고 전화하니까 와이프도 안믿더라고요.(웃음) 걱정은 하는데 늘 제 의견을 존중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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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민이가 완전치 않은 몸으로 합류해 '팀에 힘을 주고 싶다'고 하니 선수들이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진심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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