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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위즈 박경수는 목발을 짚지 않고 단상으로 나왔다. 한국시리즈 MVP로 당당하게 트로피를 받았다.
박경수는 "행복한 것을 넘어서 오늘이 안지나면 좋겠다"라며 우승과 MVP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표현했다.
-경기 끝나기 전부터 표정이 심상치 않던데 울었나.
-타이브레이크때 보다는 안울었나.
▶그때 보단 덜 울었다. 시합을 안나가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유한준과 포옹이 끝날 때까지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그렇게 기다려줄지 몰랐다. 사실 세리머니까지 끝나고 최대한 천천히 나가려고 했다. 포옹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누군가가 빨리 나와 애들 기다린다고 해서 보니 다들 쳐다보더라. 그때 뭉클했다. 감동받았다.
-우승하니 어떤가.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행복한 것을 넘어서 오늘이 안지나면 좋겠다. 이 기분 그대로 계속 만끽하고 싶다.
-19년차에 한국시리즈하고 MVP가 됐는데
▶뽑아 주셔서 감사하다. 저를 주시면 스토리가 되는 것도 작용한게 아닌가 싶다. 진짜 인터뷰 용이 아니고 내가 잘해서 받은 게 아니라 팀 KT가 받았다고 생각한다.
-최고령 MVP인데.
▶MVP는 나이에 상관없이 최고의 상 아닌가. 이 최고의 경기에서 MVP 받은 것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예상했나.
▶MVP 후보라고 기사가 많이 나왔기도 했고,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근데 초반부터 재균이가 치고 나가더라. 재균이에게 농담으로 그만 쳐라고 말하기도 했다.(웃음)
-어제 실려갈 때는 어땠나.
▶내 자신에게 화가 너무 났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이 중요한 상황에 내가 다쳐야 될까는 생각도 들었다. 아픈 것도 많이 아팠지만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런 게 있었다. 어제 허리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감독님과 코치님, 트레이닝 파트에서 매 이닝 계속 체크를 해주셨다. 상태도 괜찮았고 1점차라 괜찮다고 했다. 이 한국시리즈에 내가 원했던 게임에서 빠지고 싶지 않았다. 후회없이 했었고 누구보다 간절함이 있었다. 내가 빠지고 내 다음 선수가 후배들인데 그 부담을 주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나도 긴장이 되는 상황인데 후반 1점차에 더그아웃에 있다가 수비 나가면 얼마나 부담되겠나.
-신본기가 나갔는데.
▶너무 좋았다. 첫 게임 때 점수차가 있어서 8회에 바꿔주셨다. 계속 내가 나가겠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다른 선수들도 나가봐야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수긍했다. 그런데 본기가 나가서 삼진을 당하길래 내가 미안하다고 했었다. 아까 본기가 홈런 칠 때 더그아웃이 아니라 라커룸에서 아이싱을 하고 있었다. 본기가 "형"하고 들어와 안아주더라.
-한국시리즈 우승의 원동력은.
▶굉장히 많아서 딱히 꼽을 수는 없을 거 같다. 먼저 이 자리를 빌어 한화 이글스 정민철 단장님과 최원호 감독님, 한화 선수들께 감사하다. 저희가 게임 감각이 아예 없었는데 한화가 수원까지 원정와서 게임을 해주셨다. 너무 고맙더라. 마지막에 고참들이 최 감독님께 가서 인사를 드리기도 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또한번 인사를 드리는게 예의인 것 같다. 그러면서 시리즈 들어갈 준비가 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시리즈에서 우리가 생각한 우리 팀의 장점이 모두 다 나왔다. 후반기에 투수들이 잘 버텨줬는데 타자들이 안좋았다. 근데 이번 시리즈에서는 선취점을 내고 추가득점을 하는 과정이 굉장히 내용이 좋았다. 그러면서 다같이 사기가 올라갔다.
-이강철 감독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우리 감독님은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일 수 있게 끔 하시는 능력자신 것 같다. 특히 고참들을 움직일 수 있게 하신다. 자그마한 행동 하나로도 느낄 수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을 위해서 야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말년에 1할을 치고 한국시리즈 MVP를 받을 수 있는 퍼센티지가 얼마나 있겠나.
기회가 되면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었다. 우리 팀은 감독님께서 고참들과 상의를 하면 우리 고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후배들 끌고 간다. 후배들이 워낙 좋은 친구들이라 잘 따라와줬다. 고참 역할이 쉽지 않고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이런 경험있는 고참 선수들을 조금 더 후배들을 아우를 수 있고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고참도 잘해야할 것이다. 그런 문화가 KBO리그에 많이 자리 잡으면 좋겠다.
-올해로 FA 계약이 끝나는데.
▶나에겐 선택권이 없는 것 같다. 구단과 잘 상의해보겠다. 선수로서 좀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렇다고 고집을 피울 생각은 없다. 좋은 방향으로 구단과 상의 하겠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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