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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판 접수한 '신세계-정용진 유니버스', 돔구장 어디까지 왔나

최종수정 2022-03-22 08:35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노 리미트, 어메이징 랜더스(No limit, Amazing Landers)'

SSG 랜더스가 지난해 창단식에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SSG는 이 말을 그대로 실천중이다. 파격 또 파격이었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화제의 선봉에 섰고, 그룹전체가 야구단에 지원사격을 했다.

'마케팅'만 한 게 아니다. SSG가 투수진 붕괴에도 지난해 5강 경쟁 끝에 시즌을 마치자, 곧바로 돈보따리를 풀었다. 추신수를 붙잡았고, 예비 FA 박종훈(5년 총액 65억원), 한유섬(5년 총액 60억원), 문승원(5년 총액 55억원)과 비FA 다년계약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에이스' 김광현(4년 총액 151억원)에겐 역대 최고 몸값 타이틀을 안기면서 스토브리그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제 새로운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인천 돔구장'이다. 돔구장은 SSG의 비전을 넘어 KBO 산업화의 본격 도래를 의미한다.

SSG 모그룹과 구단주의 의지가 확고한 지금. 이에 발맞춰 법제 개정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돔구장을 지어도 현행법상으로는 100% 활용할 수 없다. 대형 체육시설은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만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세계그룹이 인천시에 돔구장을 기부체납하고 재임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식음업체 입점이나 구장 운영, 수익 등 여러 부분에서 걸림돌이 생긴다.

민간소유 부지에 건립되는 쇼핑몰 내에 생기는 돔구장에서 야구 경기 뿐만 아니라 콘서트 등 문화 행사가 이뤄지는 만큼 돔구장을 단순 체육시설로만 보긴 어렵다. 중과세 대상으로 분류되는 비업무용 부동산인 경기장으로 인해 야구단이 세금폭탄을 안게 되는 상황은 부당하다.

20여년전 구단 모기업(LG그룹) 주도 돔구장 건립(서울 뚝섬돔)이 관련법과 IMF사태로 흐지부지 됐고, 산고 끝에 탄생한 고척스카이돔은 입지와 잦은 설계 변경 문제로 결국 아쉬움을 남겼다. 때문에 야구계에선 신세계의 돔구장 건립 계획이 차질없이 진척되길 염원하고 있다.

SSG가 지난 1년 간 보여준 마케팅과 혁신적은 운영은 KBO리그 트렌드를 선도했다. '유통 기업의 야구 마케팅 결정판'이라고 부를 만하다. 돔구장 건설 또한 SSG가 난관을 뚫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는 이유다.


야구단은 기업이다. '성적'이라는 결과를 내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 야구단은 스타 선수나 성적, 이미지 메이킹 만으로도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이 구단 인수 때 강조했던 '야구와 본업의 연결' 공식을 철저히 따랐다. 정 부회장 스스로 리스크 우려에도 자신의 SNS를 활용해 팬과 소통했고, 선수단 지원에 계열사 브랜드를 적극 활용했다.

창단 전부터 구단명과 함께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매장), 일렉트로마트(가전-취미 제품 전문점), 이마트 등 계열사들이 거론됐다. 창단 기념 마트 할인행사에선 상품이 동나는 일도 벌어졌다. 선수들도 거들었다.

스프링캠프 내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훈련했고, 수시로 PB상품인 피코크 먹거리를 SNS에 공유했다. 홈구장 인천랜더스필드에도 노브랜드버거, 이마트24 편의점, 스타벅스 등 계열 업체들이 속속 자리잡았다. 계열사 브랜드, 상품이 야구를 통해 별도의 광고비 지출 없이 수시로 거론되며 홍보-이미지 메이킹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유통업자가 야구판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던 정 부회장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정 부회장은 구단 인수 이후 음성기반 SNS를 통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건립 중인 '스타필드 청라' 내에 테마파크 대신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충격적인 선언이었다.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내에 야구 뿐만 아니라 콘서트, 행사가 가능한 돔구장을 지어 시너지를 완성하겠다는 것.

당시만 해도 '구상'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돔구장 건립은 정 부회장의 스타필드 청라 구조 수정 검토 지시와 지난해 미국 출장길에서 광범위한 시장조사로 인식이 달라졌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홈구장인 개폐형 돔구장 글로브라이프필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홈구장이자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상업시설과 호텔이 들어선 트루이스트파크를 시찰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돔구장 추진의 시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천 지역에선 스타필드 청라 내 돔구장 건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장소에 대해선 인정하는 분위기다.

취임을 앞둔 '돔 전도사' 허구연 KBO 신임 총재 후보는 신세계의 돔구장 건립과 운영을 위한 관련법 개정에 직접 발 벗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한계는 없었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정용진 유니버스'는 현재진행형이다. 돔구장이 열어젖힐 새로운 장엔 어떤 파격이 기다리고 있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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