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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꼭 이기라고 했어요. 아님 경기 중에 관중 나가신다고…"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 야구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하루.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진심을 다해 열심히 던졌다. 마치 한국시리즈 같은 집중력 있는 피칭이 초반부터 이어졌다.
홈 관중을 머물게 하려는 초 집중력의 결과였다.
두산 타선은 1, 2회 빅찬스를 잇달아 무득점으로 무산시켰다. 마운드 위 최원준으로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상황. 하지만 그는 침착하고 대범하고, 또 영리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폭넓게 활용하며 예봉을 피했다. 특히 높아진 S존을 하이패스트볼로 적극 공략하며 한화 타자들의 배트를 이끌어냈다.
최원준은 불과 81구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1-0으로 앞선 7회부터 필승조 1번 홍건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첫 경기인데다, 1점 차 승부, 선배의 은퇴식 등 전력을 다하는 피칭으로 빠른 교체가 불가피 했다. 최원준의 역투 속에 두산은 1대0 신승을 거두며 개막 2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최원준은 "찾아주신 많은 팬들께 승리를 선물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구위가 좋았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 투구수는 81개 였는데 감독님과 투수코치님이 첫 경기라 배려해주신 것 같다. 불펜 형들이 잘 막아줄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희관이 형이 경기 전에 부담을 많이 줬는데 처음이자 마지막 은퇴식을 앞두고 승리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지난해 12승을 거두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끽한 최원준은 도쿄 올림픽과 가을야구를 거치면서 완벽한 빅게임 피처로 업그레이드 됐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과 함께 커리어하이 시즌을 연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봄날의 오후, 한화 타선 뿐 아니라 잠실구장을 찾아 두산 야구를 만끽한 1만1345명의 팬들을 유희관 선배 은퇴식까지 꽁꽁 묶어두며 선배와의 약속을 멋지게 지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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