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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당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상대 주자를 속이는 대담함을 보였다.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난지 1년 뒤에 태어난, 이제 19살인 고졸 신인이 했다고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전. 4-4의 접전속에 돌입한 연장 11회초 무사 1루서 삼성 대주자 김성윤이 8번 강한울 타석 때 과감하게 2루 도루를 시도했다. 롯데 포수 안중열이 힘차게 던진 공은 2루 앞에서 원바운드된 뒤 중견수 쪽으로 빠졌다. 3루까지 뛰지 않을까 했지만 김성윤은 뛸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김성윤이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공이 빠지는 것을 보지 못했던 김성윤은 한태양의 연기에 깜빡 속아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았다. 한태양의 재치가 한 베이스를 더 줄 수도 있는 것을 막아낸 것이다.
몇몇 베테랑급 야수들이 주자나 타자를 속이는 행동을 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페이크는 특히 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잘 했다. 능글맞을 정도로 태연한 연기에 주자들이 상황 파악을 못하고 어이없이 아웃되는 장면이 진기명기에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한태양은 올해 덕수고를 졸업하고 2차 6라운드 54순위로 입단한 고졸 신인이다. 이런 어린 선수가 페이크 수비를 보여주는 것은 잘 볼 수 없었다. 특히 연장 접전의 긴장된 상황에서도 대범하게 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태양의 수비 센스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아쉽게 한태양의 빈 글러브 수비는 실점을 막지는 못했고 팀은 4대7로 역전패했다.
지난 5월 22일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와 이학주와 함께 유격수 자리를 나눠서 출전해왔던 한태양은 이날은 이학주가 경기전 수비 훈련 때 무릎 통증이 악화돼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4번째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수비에서는 나무랄데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타격에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16번의 타석에서 볼넷 2개로 출루를 했을 뿐 12타수 무안타로 아직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그래도 콜업전까지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2푼1리(56타수 18안타)를 기록한 만큼 타격도 곧 깨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온 롯데에서 당찬 수비를 보여준 신인 선수의 등장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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