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잘 풀리는 집에는 복이 넘친다. 끊임 없이 솟아나는 재물과 행운 처럼 끊임 없이 좋은 선수가 등장한다.
2년 간 신고선수에 머물던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다.
빠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높은 타점과 디셉션 등 좌완 불펜으로 장점이 많았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쓰임새와 가능성을 인정받아 6월 들어 정식선수로 전환됐다. 그리고 지난 22일, 데뷔 후 첫 1군 콜업이란 감격을 누렸다. 가슴 설레는 일의 시작에 불과했다.
24일 NC와의 홈경기. 타선 폭발로 14-2로 크게 앞선 9회초, 1군 데뷔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마침 좌타자 3명이 타석에 등장하는 상황. 하지만 그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통산 타율 3할이 훌쩍 넘는 리그 최고의 베테랑 타자 손아섭 이명기 박민우 순이었다.
데뷔전 초구. 포수 김민식의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슬라이더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2구째도 슬라이더로 투 스트라이크. 2구 연속 변화구 승부에 손아섭이 움찔 놀랐다. 패스트볼을 노린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후 살짝 긴장했지만 풀카운트 승부 끝에 143㎞ 높은 직구로 땅볼을 유도했다.
데뷔 첫 아웃카운트. 긴장이 풀렸다. 이후는 속전속결.
이명기에게 과감한 몸쪽 직구 두개로 1루 땅볼을 유도했다.
최고의 교타자 박민우에게도 초구부터 몸쪽 144㎞ 패스트볼을 찔러넣었다. 박민우도 놀라는 표정으로 움찔했다. 2구째 136㎞ 슬라이더에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커브를 보여준 뒤 다시 143㎞ 살짝 높은 패스트볼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배트컨트롤이 탁월한 세명의 강타자가 모두 땅볼로 물러나는 순간. 디셉션과 높은 타점으로 구속보다 빠른 체감 속도에 배팅 타이밍이 늦었다.
데뷔전을 마치고 환하게 웃는 박시후에게 선배 야수들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
최고 투수 출신 SSG 김원형 감독의 눈길이 머물렀다.
25일 박시후의 첫 등판을 복기하며 "프로 첫 등판인데 고개 흔들고 슬라이더를 초구에 딱 던지더라. 당돌한 게 아니라 마운드에서 제일 자신 있고 잘 할 수 있는 초구를 선택한 거다. 긴장은 하지만 잘할 수 있는 거에 대한, 초구에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는 공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며 인상적이었음을 암시했다. 이어 "구속이나 슬라이더 속도나 각도도 괜찮았다"고 긍정 평가하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도 있다"며 또 다른 등판 기회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잊을 수 없는 성공적 데뷔전을 치른 100순위 투수.
프로 무대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도 그럴 거란 생각은 오산이다. 성공은 프로 지명 순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할 충분한 능력을 갖춘 예사롭지 않은 뉴페이스의 등장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