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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선발 투수의 급작스러운 부상 강판. 빠르게 가동된 불펜. 하지만 1위팀 다운 결말이었다.
그렇게 경기 시작 직후에 선발 투수가 강판되는 비상 상황이 펼쳐졌다. 두번째 투수 최민준은 충분히 몸을 풀 시간도 없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최민준이 호세 피렐라-오재일에게 연속 안타를 맞을 때까지만 해도 SSG에게 열세한 경기일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1사 만루에서 이원석에게 병살타를 유도해내 이닝을 끝내면서 흐름은 달라졌다.
이날 최민준이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끌었고, 세번째 투수 장지훈도 비록 피렐라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팀이 크게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라 부담은 적었다. 오히려 장지훈이 2⅓이닝을 맡아주면서 SSG는 불펜 출혈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경기 후반부까지 갈 수 있었다. 7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네번째 투수 좌완 김택형도 8회 2사까지 '퍼펙트'로 막아내며 임무를 완수했고, 팔꿈치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문승원은 김택형 다음 투수로 나와 8회 세번째 아웃을 잡으며(이원석 좌익수플라이) 1군 복귀전 겸 불펜 신고식을 치렀다. 문승원은 9회도 완벽하게 삼자범퇴로 막아내면서 아웃카운트 4개를 완벽하게 책임졌다.
SSG는 1위를 질주하면서도, 내심 기복이 있는 불펜이 고민이었다.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문승원이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올 시즌 잔여 경기를 치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안정적인 선발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6월에는 불펜 평균자책점 꼴찌(6.29)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발 부상 강판이라는 악재에도 불펜이 버텨주면서 더이상 약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SSG의 심상치 않은 1위 행진은 결코 운이 아니다.
대구=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