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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니, 왜 저랑 100억 FA들이 함께 사인회를 하죠?"
이날 경기에 앞서 대규모 팬사인회가 열렸다. 총 30명의 선수들이 10명씩 조를 나눠 사인회에 임했다. A그룹인 정우영과 한 조에는 김광현(SSG) 김현수(LG) 양의지(NC) 황재균(KT) 등의 수퍼스타들이 속해있었다. 정우영은 "왜 제가 이런 조에서 사인회를 하냐. 사람 없으면 어떡하냐"며 울상을 지었다.
괜한 걱정이었다. 150㎞ 이상의 투심을 던지는, 서울 연고팀의 불펜 에이스에게 사인을 받길 원하는 야구팬은 차고 넘쳤다. 같은 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명이었다.
정우영에겐 2019년 이후 두번째 올스타전이다. 정우영은 '오늘을 위해 준비한게 있나'라는 물음에 "불펜 투수라 (MVP가)쉽진 않겠지만, 생각을 좀 해봤다"며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어차피 난 투심만 던지지 않나. 굳이 사인을 안보고 그냥 알려주고 던지는건 어떨까. 예고 투심, 예고 삼진 멋지지 않나."
'코스는?'이라는 질문에 "당연히 한가운데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1-0으로 이기고 있는 8회말 무사만루에 내가 나가서 3연속 예고삼진 잡으면 MVP 가능할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올시즌 전반기에 대해 가장 만족하는 점은 아프지 않은 것. "몸을 많이 불려서 뭔가 하나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구속도 올랐고 아프지 않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병호 선배한테 올해 홈런을 2개나 맞았는데, 정작 홈런레이스에선 절 상대할 때처럼 안 치시더라. 제가 던져줬으면 달랐을 것"이라며 웃은 뒤 "예고 삼진을 기왕이면 박병호 선배 상대로 잡아보고 싶다. 맞든 잡든 재미있게 봐주시며 좋겠다. 장소가 잠실이라 더 뜻깊은 올스타전"이라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경쟁상대는 홀드왕 다툼 중인 김재웅(23개, 정우영 21개)이다. 정우영은 "난 전반기보다 후반기 성적이 더 좋다. 매년 아프지 않고 커리어 하이를 찍는게 목표다. 솔직히 매일 키움 기록 챙겨본다. 난 홀드왕이랑 인연이 없나 싶다"면서도 "올해는 박빙일 거 같다. 우리 팀이 전반기처럼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잘 따라가보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좀 높은데, 후반기엔 좀 낮추고 싶다. 그런데 사실 주자가 있으면 더 마음 편하게 던진다. 와인드업보다 세트포지션일 때 투구 밸런스가 더 안정적인 거 같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