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부터 구멍이 뚫렸다. 스프링캠프 도중 임기영(29)이 옆구리 부상, 이의리(20)가 손가락 물집 증세로 이탈했다. 4월말 임기영이 돌아오자 외국인 투수가 말썽을 부렸다. 로니 윌리엄스와 션 놀린이 차례로 이탈하면서 선발진 공백은 계속됐다.
한승혁(29)은 그 빈 자리를 채운 투수였다. 이민우(29·현 한화) 윤중현(27) 유승철(24)과 5선발 경쟁을 펼쳤던 한승혁은 캠프와 실전 모의고사를 거치며 합격점을 받았다. 2011년 1라운드 입단 후 오랜 기간 자리를 잡지 못했던 그에게 올해는 군 복무 후 첫 시즌이었다. 앞서 꽃피우지 못했던 기량, 군 복무로 공백기를 보내고 온 그가 이번엔 팀의 믿음에 부응할지 관심이 쏠렸다.
한승혁은 전반기 14경기서 67⅓이닝을 던져 2승 2패,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했다. 시즌 개막 첫 달이었던 4월 4경기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28로 좋은 출발을 했다. 2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는 등 한층 성장한 모습을 선보였다.
위기도 있었다. 5월 중순 이후 한승혁은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하면서 흔들렸다. 볼넷이 늘어나고 안타 수가 늘어나는 등 예년처럼 한계점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다. 6월 초 퓨처스(2군) 재조정을 거친 뒤에도 흔들림은 계속됐다. 하지만 한승혁은 다시 5이닝 투구를 이어가면서 전반기를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한승혁은 후반기 불펜으로 변신한다. 대체 외국인 투수 토마스 파노니에 이어 부상으로 두 달간 자리를 비웠던 션 놀린이 복귀하면서 조정이 이뤄졌다. 당분간 롱릴리프 역할을 맡으면서 대체 선발도 겸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지명' 타이틀을 안고 출발한 프로 생활도 어느 덧 12년차다. 전반기 한승혁의 모습은 '만개'와는 거리가 있지만, KIA가 중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다시 팀을 위해 마운드에 서는 한승혁의 후반기 활약상은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