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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군 경기에 등판도 안 했는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데요, 제가 이래도 되나 모르겠어요."
휘문고-연세대를 거쳐 2017년 2차 3라운드 지명. 2020년까지 4시즌 동안 210경기에 출전해 6승6패1세이브32홀드,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8년, 그는 불펜의 핵심전력으로 불꽃처럼 던졌다.
"밖에서 우리 팀 성적이 안 좋은 걸 보면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제가 있든 없든 잘 했으면 좋은데….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어요. 정신차리고 몸 열심히 만들어 팀에 복귀해 한 경기라도 더 이기는데 도움이 되자 다짐했고요. 프로선수라면 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요."
"훈련소에서 훈련마치고 나왔을 때 선배들이 많이 떠난 걸 알고 놀랐어요. 일일이 전화를 드렸어요. 선배들이 많이 가르쳐주셨는데 아쉽긴 했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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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거친 저를 다듬어 주셨어요. 꼬인 실처럼 일이 안 풀릴 때 풀어주셨지요. 인생을 가르쳐주신 어른같아요."
그는 존경심을 꾹꾹 눌러담아 선배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한 정우람은 지난 5월 중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재활치료를 거쳐 잔류군에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 잘 하고 계세요. 아무렇지도 않게 버티는 게 대단해요. 빨리 올라오셔서 함께 야구하면 좋겠어요. 야구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열심히 해 그 자리에 오른거잖아요. 더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선배는 후배가 사회복무요원으로 있는 동안, 쉬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다리를 놓아줬다. 박상원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SK 와이번스 투수 출신 엄정욱 윤희상이 지도자로 있는 인천 송도의 한 야구아카데미에서 운동을 했다.
"엄정욱 윤희상 선배님이 진심으로 제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도해 주셨어요. 두 분에게서 많이 배우고 또 많이 반성했어요. 공 하나 하나에 혼을 담아야 하는데, 제가 그동안 야구를 너무 쉽게 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훈련소에서 나와 곧바로 공을 잡았다. 좀 쉬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야구가 직업인데, 야구를 안 하면 기분이 이상했다고 한다.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마치기 6개월 전, 근무지를 퓨처스구장이 있는 충남 서산으로 옮겼다. 근무가 끝나면 팀에 합류해 훈련을 했다. 휴가를 몰아 훈련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안 아프고,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지 트레이닝 코치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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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빠른공.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새로운 구종을 찾으려고 했다. 생각이 깊어져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확신을 갖고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게 정리를 했다.
최근 한화는 사실상 붙박이 마무리가 희미해졌다. 전반기에 잘 해주던 장시환이 흔들린다. 뒷문이 불안해 흐름을 내주고 역전패한 경기가 적지 않았다. 박상원이 1군에 안착해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마무리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마무리 욕심은 누구나 갖고 있을걸요. 그런데 실력으로 올라가야지 운 좋게 기회가 와서 하고 싶지는 않아요. 마무리가 불안하면 경기 전체에 영향을 주잖아요. 다른 불펜투수들에게 데미지가 갈 수도 있고요. 너무 먼 미래 안 보고 하루 하루 알차게, 열심히 하려고요. 그러면 나머지는 따라오지 않을까요."
박상원 야구 2막이 열렸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