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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평균자책점 0.78 vs 0.44. 정규시즌 천적 관계가 가을야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17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양 팀의 운명을 짊어진 두 외인 투수는 어땠을까. 감독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호투였지만, 승패는 한순간의 방심에 갈렸다.
웨스 벤자민(KT 위즈)은 지난 5월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뒤늦게 합류했다. 17경기에서 5승(4패)을 올리는 한편 평균자책점 2.70으로 호투했다.
양팀간의 상대전적은 키움이 8승1무7패로 한발 앞섰다. 두 투수의 상대 전적도 용호상박. 벤자민은 키움 상대로 4경기 2승 0.78, 요키시는 KT전 3경기 1승 0.44를 기록했다.
이날도 타자들은 헛스윙을 거듭했다. 전날의 뜨거운 타격전과는 다른 투수전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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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투수간의 승패는 잠깐의 흔들림에서 갈렸다. 요키시는 1회초 1사 1루에서 나온 KT 알포드의 볼넷 판정에 발끈했다. '볼이 맞느냐'는 듯 주심에게 걸어내려오며 양 팔을 들어올리는 등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순간 박병호의 적시타로 KT가 선취점을 뽑았다. KT는 이어진 2사 1,3루에서 강백호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다. 이날 요키시는 최고 146㎞의 정교한 투심을 앞세워 6이닝 동안 6안타 3볼넷 2실점으로 역투했지만, 벤자민의 눈부신 호투에 빛이 바랬다.
벤자민은 키움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단 6번의 출루(5안타 1볼넷)만을 허용하는 완벽투를 펼쳤다. 최고 147㎞의 직구와 140㎞의 커터가 주무기였다. 탈삼진도 9개나 기록했다. 키움의 임지열 김혜성 이지영은 각각 2개씩 당했다.
벤자민 최대의 위기는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직전인 7회말이었다. 2사 후 이지영 전병우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전날 필승조 김민수, 마무리 김재윤이 모두 흔들렸던 KT 벤치는 벤자민을 믿었다. 타석엔 전날 역전 결승타를 때린 송성문.
벤자민은 송성문을 침착하게 유격수 땅볼로 유도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명품 투수전의 주인공에 걸맞는 마무리였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