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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러다 야구 인기 다 떨어지면, 누가 책임지려나.
먼저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다. SSG의 우승에는 정 구단주의 역할이 대단히 컸다. 팀을 인수하고 아낌 없는 투자를 했다. 가장 돋보인 건 팬들과의 소통이었다. 야구장에 자주 찾아 팬들과 스킨십을 했고, SNS에서도 활발했다. 팬들은 '용진이형'이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정 구단주도 싫지 않은 듯 했다.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룹과 구단도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야구로도, 그룹으로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젊은 팬층이 자연스럽게 신세계 그룹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과정이 어찌됐든 야구단도 기업이고 인사는 있을 수 있다. 최고 권력자가 쓰고 싶은 사람을 쓰는 건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야구단은 다른 기업과 다르다. 팬이 없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 팬들이 하라는대로 다 할 수는 없어도, 의견을 청취하는 자세가 기본. 그리고 문제는 정 구단주의 SNS 코멘트였다. '소통이라 착각하지 말라.' 층을 나눠버리는 의미. 전에 없던 친숙한 구단주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 팬들의 배신감이 극에 달했다. 이제 어떤 팬이, 정 구단주가 야구장에서 손을 흔들면 거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박수를 칠까.
여기에 은퇴 선수들이 기름을 부었다. 채태인과 이대형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세금과 관련한 실언을 쏟아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FA 계약으로 90억원을 받으면 절반이 세금인데, 이걸 왜 내야 하느냐고 열을 올렸다.
엄청난 돈을 세금으로 내면 아까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실제 수십억원 계약을 맺은 선수와 터놓고 얘기해보니, 세금 내고 가족들 챙기고 하다보니 아파트 한 채를 사지 못했다고 했다. 계약금 외 연봉은 월급으로 받으니 목돈 투자가 쉽지 않다. 수십, 수백억원 총액 뒤에 가려진 현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얘기할 건 아니었다. 개인 사업자인 야구 선수가, 큰 계약을 하면 많은 세금을 낸다고 모르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신인 때는 세금 많이 내도 되니, 큰 계약 하고 싶다 생각하다 막상 받고 나면 세금이 아깝다는 것인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것이 이 때 필요한 말이다.
그리고 본인 얘기도 아니고 이대호 얘기는 왜 꺼낸 것이었을까. 이대호의 지난해 연봉은 25억원이었다. 돈을 많이 벌어, 내년 5월 정산해야 할 세금이 많아 은퇴 후 곧바로 예능에 뛰어들었다고 했는데 도대체 이건 무슨 논리인가. 많이 번 돈 중 세금에 관련된 부분을 계산해놓는 게 맞지, 번 돈 다 쓰고 세금 내기 힘들어 바로 일한다고 하면 어느 누가 이 말에 동정표를 보낼까 궁금하다.
일반 직장인, 서민들은 90억원 계약 해서 세금 45억원 내고 45억원 버는 게 꿈이다. 그런데 나라의 법으로 정해진 세금을 왜 내야 하느냐고 한다면, 이는 철 없는 선배가 후배 야구 선수들 전체를 욕먹이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안그래도 팬들은 실력 이상의 '거품' 몸값, 그들만의 돈 잔치에 정이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관중이 준 거다 위안을 삼고 있는 야구계는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