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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눈물 훔칠 겨를도 없었다. 돌아온 안방마님은 첫 타석에서 실력으로 화답했 '양사장'이 잠실로 돌아왔다.
양의지는 NC에서 4년 동안 519경기를 뛰면서 타율 3할2푼2리 103홈런을 기록했다. 여기에 젊은 투수진을 잘 이끌면서 성장을 도왔다. NC는 2020년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등 확실한 '돈값'을 했다.
2022년 시즌을 마치고 양의지는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얻었다. 복수의 구단이 영입전에 나섰다.
양의지는 입단식에서 두산 시절 응원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솔직히 몇 번 들었는데 귓가에 맴돌더라. 첫 타석에서 응원가가 나오면 솔직히 집중이 안 되고 소름이 돋을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양의지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잠실 타석에 선 건 2018년 11월12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 이후 1601일 만. 정규시즌 기준으로는 2018년 10월14일 잠실 롯데전 이후 1630일 만이다.
1회말부터 양의지가 꿈꾸던 장면이 나왔다. 5번-포수로 선발 출장한 가운데 1회말 선두타자 정수빈이 안타를 쳤고, 허경민이 볼넷을 골라냈다. 로하스 타석에서 폭투와 땅볼이 나와 한 점을 더했고, 두산은 1사 3루 찬스를 이어갔다. 김재환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1.3루 상황. 양의지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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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는 코치의 사인을 본 뒤 타석에 서기 전 1루와 홈 방향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결과로도 '복귀'를 알렸다. 롯데 선발 투수 댄 스트레일리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 째 슬라이더를 공략했고, 깔끔한 좌전 안타가 됐다. 3루 주자 허경민은 홈을 밟았고, 김재환은 3루까지 향했다.
양의지는 1루에서 2루로 향하다 런다운에 걸렸다. 그사이 김재환까지 홈을 밟았고, 두산은 양의지의 안타로 두 점을 더한 셈이 됐다. 양의지는 7회에도 안타 한 방을 더하면서 멀티히트로 첫 경기를 마쳤다. 두산은 연장 11회 접전 끝에 로하스의 끝내기 홈런으로 12대10 승리를 챙겼다.
경기를 마친 뒤 양의지는 '뭉클했나'라는 질문에 "솔직히 이야기하면 찬스에 걸려서 사인을 보고 집중을 하느라 제대로 못 들었다. 인사만 하고 집중했다"고 웃었다.
양의지는 이어 "분위기도 좋고, 감독님께서도 잘해주신다. 선수, 코치 모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들어가니 지고 있어도 뒤집을 거 같았다"고 말했다.
기분 좋은 첫 경기 승리. 양의지는 "예전에 두산에 있었을 때 이런 반전이 있는 야구를 많이 했었는데, 오늘 또 그런 경기를 한 거 같았다. 경기 내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힘들기보다는 재미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