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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6차례 골든글러브와 화려한 국가대표 경력의 20년 차 포수 강민호(38).
하지만 선수도 벤치도 포기하지 않았다.
불펜을 4회부터 가동해 승부수를 띄웠다. 이승현 듀오가 4이닝 무실점으로 벌어준 시간 동안 타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3-6으로 뒤지던 5회 1사 1,2루. 세번째 타석에 선 강민호는 국가대표 출신 좌완 특급 구창모의 3구째 몸쪽 높은 패스트볼을 간결하게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개막전 매진에 이어 2만 여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팬들을 열광하게 한 한방. 역시 베테랑 다운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강민호의 동점 홈런에 힘을 낸 삼성은 기어이 8대6 역전승을 거두며 활짝 웃었다.
"초반에 힘든 경기였는데 이틀 내내 많이 오신 팬 분들 앞에서 포기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창모 선수한테 작년에 강했다는 건 마지막 1경기에 몰아친 것(3타수3안타) 뿐이에요. 직구가 강하게 오길래 몸을 빼면서 정확히 중심에 맞히려는 스윙을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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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앞둔 나이지만 여전히 간결한 스윙으로 담장을 훌쩍 넘길 수 있는 손에 꼽히는 배팅 파워의 소유자. "아직 젊다는 걸 보여드리겠다"는 농담이 우습게 들리지 않는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전담 포수제 폐지를 공식 선언했다. "포수도 가장 컨디션 좋은 선수가 나간다"는 원칙. 한정된 전력을 극대화 하기 위함이다.
뷰캐넌 원태인 등 가장 많은 '전담 고객'을 둔 강민호는 어떤 마음일까.
"생존이죠. 3포수 체제는 우리 팀에 주전포수가 없다는 것이거든요. 저는 전혀 서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기부여와 자극이 됩니다."
악명 높았던 지옥훈련도 예외 없이 소화했다. 그만큼 시즌 준비를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잘 했다. 시즌 초반부터 몸놀림이 가벼운 이유.
"캠프에서 열외 시키지 않고 했던 것이 동기부여가 되고, 자극도 됐어요. 비록 개막 후 2경기지만 기술이 늘었다기 보다 건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올해 준비 많이 했는데 안 아프고 팀 성적 잘 내서 좋게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은퇴 전에 한국시리즈도 가고 싶고요.(웃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