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2-4로 뒤진 9회말 무사 1,3루에서 대타로 나선 SSG 김강민(41)이 끝내기 3점 홈런을 터트렸다.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사상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김강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배트가 부러져 이명기에게 배트를 받아 홈런을 쳤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꼭 써달라"고 했다. 당시 이명기(36)는 NC 다이노스 소속이었다.
선수들간의 사적인 교류를 두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켜야할 선은 필요하다. 같은 팀 동료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앞에서 거론한 두 가지 사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른 팀 소속인 옛 팀 동료, 같은 팀 후배 선수 배트를 빌려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뒤늦게 밝히는 비하인드 스토리로 관심을 가질만
|
SSG 전의산은 지난 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5회 3점 홈런을 터트렸다. 무사 2,3루에서 한화 선발투수 김민우(28)가 던진 시속 143km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펜스 너머로 보냈다. 전의산은 한화 채은성 배트로 시즌 첫 홈런을 쳤다고 밝혔다. 이진영 타격코치(43)가 친분있는 후배 채은성(33)으로부터 받아 전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한화 4번 타자 채은성이 힘있는 상대팀 타자 전의산의 홈런을 도운 셈이다. 이날 한화 김민우는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다가, 전의산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5-0으로 앞서던 한화는 이 홈런으로 쫓기기 시작해, 6대7로 역전패했다. 악몽같은 2경기 연속 연장 역전패를 당했다.
채은성 방망이가 특별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거포 유망주 전의산의 파워가 김민우 직구를 이겨냈다고 보면 된다. 다만 연패중인 한화, 김민우 입장에선 불쾌할 수도 있다. 역전패의 빌미가 된 홈런에, 소속팀 선수 이름이 등장하니 말이다. 채은성은 한화가 지난 겨울 6년-90억원을 투자해 영입한 핵심선수고, 야수 조장을 맡고 있다.
전의산이나 이진영 코치가 채은성 입장을 생각했다면, 언급을 자제했어야 했다. 매 경기 피말리는 승부가 벌어지고, 승패가 갈라지는 프로야구다. 사적인 교류는 경기가 끝난 뒤 사적인 공간에서 충분히 하면 된다. 그게 예의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불필요한 친목 행위를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클리닝 타임 때 출장 대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상대 선수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행위가 금지했다. '경기 외적으로 발생하는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