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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21년 차 베테랑 불펜 투수 우규민(38)이 LG 벤치의 기습적인 홈스틸을 막아낸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현란한 작전야구를 펼치는 LG 염경엽 감독의 허를 찌르는 '성동격서'. 산전수전 다 겪은 우규민이었기에 알고 있었다. 심지어 "LG 시절에는 이를 대비해 연습까지 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 전. 2-2로 팽팽하던 8회말 LG가 2사 2, 3루 찬스를 잡았다. LG 벤치는 서건창 대신 전날 오승환을 상대로 끝내기 2루타를 친 오스틴 카드를 냈다. 누가봐도 타격감 좋은 외인타자 오스틴의 한방을 기대하고 낸 승부수 처럼 보였다.
삼성은 즉시 이승현을 내리고 우규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초구는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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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규민은 LG벤치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유격수가 홈 송구하기 편하게 높게 송구했고, 이재현이 곧바로 홈으로 던져 문성주를 잡아냈다. 비록 삼성은 이날도 10회 연장 끝에 끝내기 패를 당했지만 우규민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빛났던 순간이었다.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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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을 유심히 지켜본 투수가 있었다. 루키 이호성이었다.
임무를 마친 대선배 우규민에게 다가가 "선배님, 혹시 그냥 하신겁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까마득한 후배의 갑작스런 질문에 살짝 당황한 21년 차 베테랑은 "어, 그냥 했어"라고 답했다며 웃었다.
우규민은 "무언가 느꼈으니까 물어봤을 거고, 어리지만 빠르게 성공할 선수 아닌가 싶다"라고 칭찬했다. 이호성에 대한 평가를 묻자 "마운드에서 싸울 줄 아는 투수다. (원)태인이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몇년 후면 태인이 처럼 성장할 투수"라고 확신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