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월드시리즈의 사나이'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매디슨 범가너(34)가 결국 쫓겨날 처지에 몰렸다.
DFA 선수가 이 단계에서 트레이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량이 떨어진 상태에서 연봉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 범가너를 데려가는 구단은 올시즌 남은 연봉 약 2040만달러과 내년 연봉 1400만달러, 합쳐서 3440만달러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일주일 내 트레이드 구단이 나타나지 않으면, 조건없는 방출(unconditional release) 단계다. 범가너를 원하는 구단은 올해 최저 연봉 72만달러만 내고 데려가라는 것이다. 나머지 연봉은 애리조나가 부담한다. 대부분 이 단계에서 거취가 결정된다.
범가너는 올해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0.26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3이닝 7안타 4볼넷으로 7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 애리조나 구단은 결국 범가너가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범가너가 이렇게 급전직하한 이유로 구속 감소가 꼽힌다. 직구 평균 구속이 지난 91.2마일에서 89.5마일로 무려 1.7마일(2.74㎞)이 줄어둘었다. 주무기인 커터도 무뎌졌다. 커터 피안타율이 지난해 0.306에서 올해 0.375로 더 나빠졌다.
범가너는 전날 세인트루이스전 직후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나도 답을 알고 싶다. 답을 찾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방법을 모르겠다. 정말 답을 찾고 싶다"며 답답해했다.
다혈질적 승부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자신감을 크게 상실한 모습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최강의 좌완 선발이었다. 월드시리즈 통산 5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0.25를 마크했다. 특히 2014년에는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와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잇달아 MVP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1년 동안 119승92패, 평균자책점 3.13을 올렸지만, 애리조나 이적 후 69경기에서 15승32패, 평균자책점 5.23으로 추락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LA 다저스 시절의 류현진과 무려 9차례나 선발 맞대결한 투수로 잘 알려져 있다. 범가너는 2019년 12월 애리조나와 5년 8500만달러에 FA 계약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류현진은 4년 8000만달러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