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너네 황성빈 있어?' 라는 말이 나오는 선수가 되고 싶다."
2022시즌 전만 해도 황성빈은 완전한 무명선수였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바닥'이었다. 미등록선수 신분인데다, 텅빈 중견수 채우기에 고민하던 롯데 스프링캠프의 대규모 콜업 명단에도 없었을 정도.
자신의 노력으로 기회를 만들고 잡아챘다. 2군 스태프의 호평 속 5월 1군에 등록됐고, 3할 타율에 준족까지 과시하며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군복무 후 사실상 데뷔 첫 시즌이었음에도 만만찮은 기량으로 호평받았다. 자타공인 최고의 '근성맨'이자 뜨거운 응원으로 더그아웃을 주름잡는 선수이기도 했다.
|
비시즌 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타구 판단 능력, 선구안, 도루 능력 보완에 힘을 쏟았다. 김평호와 전준호, 두 베테랑 외야 수비-주루코치가 합류한 점도 황성빈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지난 겨울 만난 황성빈은 "반짝 스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좀더 침착하지 못했다는 거다. 내년엔 다를 것"이라며 "훈련과 기량이 비례한다고 믿고 싶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내년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
26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황성빈의 이 같은 면모는 돋보였다. 0-1로 뒤진 1회 1사 후 2루타를 치며 반격의 시발점을 마련했고, 렉스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벤치의 지시에 착실하게 희생번트를 대는가 하면, 번트 압박으로 상대 투수를 괴롭혔다.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도 뒤따른다. 항상 흙투성이인 유니폼 앞자락과 근성에 수줍은 미소를 지닌 남자. 황성빈은 젊은 롯데 팬들이 꼽는 '야구 입덕' 창구이기도 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