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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묘하게 겹친다! 과연 얼마만큼 이정후에 근접할 수 있을까.
놀라운 건 고졸 신인 타자가 한 경기 3안타를 때렸다는 것에 더해, 이날 1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게 처음이었다는 것. 라이벌, 연승팀 간의 대결이라 많은 주목을 받았고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이기에 긴장이 됐을 법 한데 보기 좋게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그것도 완벽한 타이밍 속에 KIA 선발 메디나의 공을 밀어쳤다. 한 방송사는 경기 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김민석의 이 타격을 심층 분석하기도 했다. 19세 타자의 타격 기술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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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즌 행보도 똑 닮았다. 운이 따르고 있다. 이정후가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이미 넥센에는 임병욱이라는 주전 중견수가 있었다. 그런데 개막을 앞두고 임병욱이 부상을 당했고, 이정후가 주전 자리를 꿰찼다. LG 트윈스와의 시즌 3차전 8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를 쳤던 이정후는, 이틀 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2번타자로 출격해 3안타를 몰아치며 단숨이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6월 들어 서건창, 고종욱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리드오프자리까지 차지하더니 지금은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젊은 선수 육성에 공을 들이는 키움의 팀 문화도 이정후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민석도 마찬가지다. 개막 직후에는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다 주전 좌익수 황성빈이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경기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성적은 이정후 신인 때만큼 기록하지 못했지만, 야무진 스윙에 많은 전문가들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래리 서튼이라는 외국인 감독을 만난 것도 행운. 어리지만 당차게 방망이를 돌리는 김민석에 매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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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이 복귀했다 다시 다리를 다쳤고, 2일 KIA전을 앞두고는 잘나가던 안권수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김민석이 첫 1번타자로 나가는 행운을 얻었는데 여기서 3안타를 때려냈으니 롯데와 서튼 감독 입장에서는 앞으로 김민석을 마냥 제쳐두고 라인업을 작성하기 힘들 것이다. 30일 키움 히어로즈전 멀티히트에 이어 2경기 5안타를 몰아쳤다.
당분간 주어질 수 있는 기회에서 김민석도 이정후처럼 꾸준한 타격을 보여준다면, 롯데와 KBO리그를 대표하는 새로운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 타율은 2할3푼이지만, 정해진 타순에서 꾸준하게 경기에 나간다면 2할 후반까지는 충분히 끌어올릴 자질이 엿보인다. 물론 이 기회는 본인의 노력과 의지로 잡는 것이다. 운에만 기댈 수 없다. 선배 이정후는 그 기회를 확실히 잡았었다. 시작까지는 비슷하지만, 시즌 마지막 모습은 어떨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