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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가 스타성이 있는 것 같다."
잃었던 감을 되찾은 타격은 기어코 일을 냈다. 전날 8회까지 키움은 27이닝 연속 무득점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9회말 5득점을 따내며 그 고리를 끊어냈다. 비록 6대5로 역전 눈앞에서 좌절했지만, 연기를 쏟아내는 휴화산은 기어코 분화하기 마련이다.
이날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선발 정찬헌이 4⅔이닝만에 5실점하며 무너졌고, 3회와 7회 만루 찬스에서 1점씩밖에 뽑지 못했다. 많은 출루에도 좀처럼 점수로 이어지지 않았다. 투수 견제 실책, 3루수 실책, 좌익수 실책이 이어지며 마운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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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에서 내야로 돌아온 덕분일까. 타격감이 남다르다. 개막 첫주 부진으로 1군에서 말소됐지만, 5월 9일 다시 1군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12일 NC 다이노스전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고, 이튿날 다시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이틀간 4안타 7타점을 몰아쳤다. 이후로는 꾸준히 1군 기회를 받았고, 이날 모처럼 대폭발했다. 프로 통산 첫 만루홈런이다.
한방이 있는 거포 유망주로 꼽혔지만, 정규시즌 통산 홈런은 단 1개에 불과했던 임지열이다. 그가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한 건 지난해 포스트시즌 '도장깨기'를 이끌면서부터다.
임지열은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8회말 2아웃에서 쐐기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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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에선 비록 패했지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SG 랜더스 에이스 폰트를 상대로 3회초 선제 2점 홈런까지 때려냈다. 통산 홈런이 단 1개뿐이던 선수가 단일 포스트시즌에만 3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것. 한국시리즈 우승은 놓친 키움에겐 아쉬움 속 선물이 남았다.
올해도 적지 않은 기회를 얻고 있다. 지난해 40경기 148타석이 커리어하이였는데, 올해 벌써 23경기에서 69타석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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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은 안해봤는데, (듣고보니)내가 스타성이 있는 것 같다"라는 답변으로 좌중을 웃겼다. 홍원기 키움 감독에 대해선 "항상 조용하시다. 쓰다듬어주셨을 뿐"이라고 했다.
"치는 순간 최소 펜스는 맞겠다 생각했다. 계속 지니까 아무래도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제 홈런으로 인해 팀원들이 좀더 힘내서 반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