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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투수 난타' 혈 뚫린 롯데 타선 비결은? '가상 양현종' 총동원한 특타 효과 [부산초점]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6-03 09:34 | 최종수정 2023-06-03 09:34


'대투수 난타' 혈 뚫린 롯데 타선 비결은? '가상 양현종' 총동원한 특…
경기전 롯데의 타격훈련은 평소와 달리 '라이브 배팅'으로 진행됐다. 마운드에는 배팅볼 투수가 아닌 김태욱, 이태연, 장세진 등 실제 롯데 투수들이 올랐다(왼쪽, 가운데). 한동희는 일찌감치 특타를 소화했다(오른쪽). 김영록 기자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좌투수 공략은 우리 팀의 우선 과제다."

'가상 양현종'을 총동원한 롯데 자이언츠의 특타가 혈을 뚫었다. '대투수' 양현종에겐 데뷔 16년만에 당해보는 대굴욕의 날이었다.

롯데는 2일 커리어 통산 162승(역대 2위)에 빛나는 KIA 타이거즈 양현종을 상대로 2이닝 동안 홈런 포함 9안타 9득점을 몰아치며 조기 강판, 14대2 대승을 거뒀다. 양현종으로선 2007년 데뷔 이래 한 경기 최다실점이다.

특히 이날 경기 전까지 롯데가 좌완 선발투수 상대로 1승8패, 팀타율-OPS(출루율+장타율) 최하위를 기록중이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치 못한 모습이다. 반면 양현종은 올시즌 8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2.29, 더구나 직전 경기에서 통산 162승의 문턱을 마침내 넘어선 뒤였다.

단순히 기세나 집중력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롯데 선수단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대투수 난타' 혈 뚫린 롯데 타선 비결은? '가상 양현종' 총동원한 특…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KIA 양현종. 부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02/
이날 부산의 최고 기온은 28도. 6월초답지 않게 더운 한여름 날씨였다.

하지만 롯데의 훈련은 낮 2시부터 시작됐다. 최근 부진했던 한동희와 고승민, 정보근이 배트를 잡고 그라운드로 나섰다. 이들은 왼손 배팅볼 투수들의 공을 쉴새없이 치며 의지를 다졌다.

뒤이어 오후 2시반부터 얼리워크가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롯데는 훈련이 적다'는 말이 있었지만,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쏙 들어갔다. 김현욱 트레이닝코치가 주도하는 지옥훈련을 통해 체력을 연마하고 있다.


일반적인 프리배팅은 1군 매니저 등이 배팅볼 투수를 맡는다. 이날은 달랐다. 이태연 장세진 김태욱 등 실제 좌완투수들이 줄줄이 마운드에 올라 공을 뿌리는 '라이브배팅'으로 진행됐다.

양현종을 공략하는 어프로치도 철저하게 계획한대로 잘 수행됐다. 우타자는 직구와 체인지업, 좌타자는 직구와 슬라이더에만 초점을 맞췄다. '선택과 집중'이 낳은 성과였다.


'대투수 난타' 혈 뚫린 롯데 타선 비결은? '가상 양현종' 총동원한 특…
영웅이 된 롯데 이학주. 부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02/
양현종은 화려한 커리어만큼이나 심계가 깊다.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타자와의 수싸움에선 대부분 우위를 점한다.

때문에 롯데 타자들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자 등 자신이 맡은 역할보다는 양현종과의 한 타석, 1구1구에 집중했다.

1회부터 폭풍같이 몰아쳤고, 그 절정은 이학주의 만루홈런이었다. 올시즌 첫 손맛이자 KBO리그 데뷔 이래 첫 만루홈런. 이학주의 눈이 촉촉히 젖을 만큼 감회가 남다른 한방이었다.

이학주도 홈런 순간에 대해 "변화구 치는 연습에 중점을 뒀다. 그 공 하나만 노렸는데 딱 오길래 놓치지 않고 휘둘렀다"고 회상했다. 철저한 훈련이 결과로 나온 하루였다. 롯데는 1회에만 무려 7득점을 올렸지만, 양현종의 투구수는 24구에 불과했다. 양현종은 2회에도 추가 2실점한 뒤 결국 2이닝 47구만에 교체됐다.


'대투수 난타' 혈 뚫린 롯데 타선 비결은? '가상 양현종' 총동원한 특…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1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02/
특히 KIA는 선발진에 좌완투수가 4명(앤더슨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이나 포진한 팀이다. SSG 랜더스와 더불어 롯데에겐 굳이 표적 선발을 운영하지 않아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 하지만 시원한 타격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경기전 만난 서튼 감독은 "좌투수 공략은 우리의 우선 과제 중 하나다. 선수들이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경기가 끝난 후엔 "훈련한 내용대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이 나와 만족스럽고 고무적"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또한번의 테스트도 기다리고 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오는 4일 선발로 이의리를 예고한 상황. 롯데에겐 중요한 의미로 남을 주말 3연전이 될 수 있을까.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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