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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친정'에서 100SV…"이제 야구 좀 한다고 하겠네요"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3-06-06 23:54 | 최종수정 2023-06-07 09:45


돌고 돌아 '친정'에서 100SV…"이제 야구 좀 한다고 하겠네요"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임창민이 투구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7/

[고척=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죠."

임창민(38·키움 히어로즈)은 지난 4일 SSG 랜더스전에서 4-3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임창민의 100번째 세이브가 올라갔다.

임창민은 지난 시즌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뛰다가 방출 통보를 받았다. 32경기에서 27⅓이닝을 던지며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95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새 팀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임창민에게 손을 내민 곳은 키움 히어로즈. 임창민의 프로 생활이 시작된 그곳이었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그는 2012년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히어로즈에서 임창민의 등판은 2009년과 2012년 총 5경기 5이닝에 불과했다. 승,패,홀드,세이브 등은 없었다.

히어로즈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임창민은 2012년 시즌을 마치고 NC 다이노스 이적했고, 2013년 54경기에서 6승6패 4세이브 9홀드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 임창민'으로 시즌을 보내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3시즌 동안 25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그는 2018년 4월까지 94개의 세이브를 거뒀다.

순탄할 것으로 생각됐지만, 임창민의 100세이브 여정은 쉽지 않았다. 2018년 5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2021년까지 세이브는 더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2020년과 2021년 두 자릿수 홀드로 가치를 뽐냈지만, 2021년 시즌 종료 후 '리빌딩' 명목에 결국 방출 통보를 받았다.

두산에서 한 시즌을 알차게 보낸 임창민은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임창민의 위상을 달라져 있었다. 마무리투수였던 김재웅이 경기 중간 승부처를 막는 투수로 자리를 옮겼고, 뒷문 단속은 임창민에게 주어졌다.


임창민은 최근 10경기에서 1승 1패 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으로 완벽하게 제몫을 해냈다.

100세이브 달성은 방출의 연속이었던 임창민에게 자부심을 갖게 했다. 임창민은 "최근 몇 년 동안 '야구 잘하냐, 못하냐'라고 물으면 '야구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100세이브를 기점으로 그렇게 말하면 안 될 거 같다. '조금 하는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거 같다. 타이틀이 생겨서 이 타이틀을 가지고 자부심이 조금 생긴 계기가 된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100번째 세이브로 향했던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임창민은 "수술한 연도(2018년)에 100세이브를 할 줄 알았다. 수술을 하면서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100세이브까지 6개 세이브를 남겨두고 수술했는데, 매일매일하고 한 시즌에 20~30개씩 하던 세이브를 하나 올리기가 굉장히 오래 걸렸다. 이걸 계기로 하나하나 기록이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기록 달성도 달성이지만, '히어로즈'에서 달성했다는 것 역시 임창민에는 남다른 느낌을 들도록 했다. 임창민은 "아무래도 처음 시작한 팀이다. 이 팀에서는 기록이 하나도 없었다. 경기에 나가는 것 밖에는 없었는데, 다시 와서 승리도 하고 홀드도 하고 세이브도 했다. 또 100세이브까지 했다. 야구를 잘하기 전에 했던 사람들과 같이하니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거 같다"고 웃었다.

익숙했던 마무리투수의 자리였던 만큼, 적응은 문제 없었다. 그는 "키움에서 마무리 투수는 잠시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김)재웅이가 못 던져서 내려간 것도 아니고, 투구 스타일 상 중간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팀에 좋다는 뜻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나마 공 수치가 괜찮아서 내가 마무리투수로 낙점된 거 같아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팀 승리에 방해가 안 되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임창민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팀 성적만 생각하고 있다. 또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고 올라가고 있다. 그 마음가짐뿐"이라고 강조했다.
고척=이종서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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