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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비 오는 날 길 건너편 초등생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길을 건너려 하자, '위험하니 거기 그냥 있으라'는 손짓 후 본인이 직접 길을 건너가 사인을 해줬다는 전설의 연쇄사인마.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사인을 받아야 했다', '사인을 받은 게 아니라 사인을 당했다'는 팬서비스 미담의 최고봉. KT 위즈 김상수 얘기다.
그 김상수가 이번엔 경기 중 고군분투하는 상대 포수를 챙겼다. '챙겼다'는 단어가 적절한지 모르겠다. 동료 내야수도 아닌 상대편 3루주자가 포수의 3루 송구 시도를 천연덕스럽게 자제시켰기 때문이다.
9회초 2-2 동점 상황. 롯데 마무리 김원중이 등판했다. 배정대의 2루 땅볼 아웃 후 김상수가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이후 장준원 타석에서 1루주자 김상수는 김원중의 원바운드볼을 포수 유강남이 떨어뜨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여유 있게 2루를 훔쳤다. 장준원의 1루땅볼 때 김상수가 3루까지 진루한 데 이어 황재균마저 4구로 출루하자 롯데 포수 유강남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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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아웃 안되는 데 넌 공 던지다 실수할 수 있고, 난 힘들게 귀루 슬라이딩까지 해야 하니 서로 무의미한 수고를 덜자'라는 김상수의 속 깊은 배려였을까. 김상수의 손동작을 본 유강남도 크게 웃었다. 5회초 무사 1, 2루에서 KT의 이중도루가 나왔고 유강남은 3루 악송구로 실점을 한 쓰라린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였다.
공을 향해 몸을 던진 유강남의 고군분투 덕에 김상수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김상수의 활약은 눈부셨다. 5회부터 대타로 나온 김상수는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3출루에 성공했다. 특히 유격수 수비에서도 전성기와 다름없는 '폼'을 보여주며 여러 차례 어려운 타구를 범타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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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가 2015년 LG에서 KT로 팀을 옮긴 후 선수 인생 2막을 연 것처럼 김상수도 마법사 군단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 회춘의 묘약이 있는 KT 더그아웃이라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