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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려면 이런 실수가 나오면 안된다."
3-9로 뒤진채 시작한 9회초, 롯데는 4안타 2볼넷을 묶어 타자 일순하며 4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정보근이 2루타를 때려냈다. 렉스와 고승민은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학주는 볼카운트 0-2에 몰리고도 집중력 있게 버티며 볼넷을 얻어냈다. 전준우는 이날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 등 몸살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대타로 출격, 적시타를 치며 롯데 야구의 낭만을 과시했다.
1사 1,2루에서 렉스의 적시타가 삼성 1루수 오재일의 글러브를 꿰뚫었다. 2루주자 정보근이 홈으로 뛰어들어 4점째를 냈다.
롯데의 3루 주루코치는 KBO 통산 최다 도루(549개)에 빛나는 '대도' 전준호다. 1992년 롯데의 마지막 우승을 이끈 주축 멤버이기도 하다.
정보근을 홈으로 보낸 그는 1루 주자 김민수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힘차게 팔을 돌렸다. 렉스의 타구가 워낙 빨랐고, 마음이 급했던 삼성 우익수가 공을 한차례 떨어뜨렸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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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재간둥이'로 유명했던 류지현 해설위원도 "지금 롯데에서 주루 실수가 나왔다"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2루 주자가 '(짧은)안타니까 2루까지만 가야지' 예상만 하고 우익수의 포구를 확인하지 않았다. 우익수의 저글이 나왔는데도 3루까지 못 갔다. 롯데가 오늘 승패를 떠나서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려면, 아까 김민석처럼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해야한다."
류 위원이 설명한 '김민석의 플레이'는 이날 5회 나왔다. 1사 2,3루 상황에서 윤동희의 짧은 중견수 뜬공이 나왔을 때 김민석은 과감하게 홈으로 파고들었다. 포수 김재성이 홈에서 공을 잡고 기다릴 만큼 완벽한 아웃타이밍. 하지만 김민석은 홈플레이트 바깥쪽으로 미끄러지 왼팔을 뻗어 홈을 노렸다.
비디오 판독 결과 주심은 "포수의 홈충돌 방해로 인해 세이프"라는 판정을 내렸다. 김재성의 왼발이 홈플레이트 앞을 막음에 따라 김민석의 주로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 멋진 슬라이딩이 1점을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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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타자 이학주가 볼넷을 얻어내 만루가 됐기 때문에, 김민수의 실수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류 위원은 "롯데는 지금 상위권에 있는 팀이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더 타이트한 경기를 해야한다. 또 가을에 단기전을 치르려면 이런 부분(디테일)에서 밀리면 안된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남겼다.
류 위원은 전날 4연패를 끊어낸 롯데에게 "다운 사이클이 오래가긴 하는데, 뎁스 자체가 예전과는 다르다. 쉽게 떨어지진 않을 거다. 어떤 강팀도 50패는 할 수밖에 없다. 잘 버티고 있고, 쓸수 있는 카드가 많다. 한동희를 2군에 내릴 수 있는 팀 아니냐"며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
한동희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선수가 바로 김민수다. 김민수는 이날 3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리며 팀 타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아쉬운 집중력 부족을 노출했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