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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마이애미 말린스 루이스 아라에즈가 4타수 무안타를 친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ESPN은 '오늘밤 시애틀에서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말린스 2루수 아라에즈가 안타를 치는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아라에즈가 비상한 관심을 받는 것은 4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4할은 1941년 보스턴 레드삭스 테드 윌리엄스(0.406) 이후 작년까지 81년 동안 명맥이 끊긴 숫자다. 윌리엄스 이후 4할에 가장 가까이 갔던 타자는 1994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니 그윈. 그해 0.394로 생애 5번째 타격왕에 올랐다.
뉴욕 양키스 조 디마지오가 같은 해 달성한 56경기 연속 안타와 함께 타율 4할은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난공불락으로 여겨진다. 이 정복 불가능한 고지를 밟기 위해 수많은 전설들이 나섰으나, 번번이 미끄러졌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아라에즈는 4할 타율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지난 12일 화이트삭스와의 3연전을 마친 뒤 ESPN 인터뷰에서 "나에게는 엄청난 기록이다. 내가 4할을 치고 있다니. 이제 겨우 6월이다. 지금처럼 치고 싶다. 우리 팀은 지금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부담이 안 될 수는 없는 일. 아라에즈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 관해 얘기한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라면서도 "소셜미디어가 나에겐 정말 최악이다. 사람들이 텍스트와 DM으로 메시지를 엄청나게 보내온다. 난 알고 싶지 않은데, 팬들이 매번 타율을 적어보낸다. 내가 모를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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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에즈의 타율은 모든 팬들과 현장 지도자들의 관심사다. 스킵 슈메이커 마이애미 감독은 "타율은 여전히 타자들에게 중요하다. 내가 선수 때는 내 이름 앞에 3이라는 숫자가 적히길 바랐다. 3할을 치는 건 매우 특별했다. 요즘은 OPS가 트렌드라고 해도 타자들은 타율을 정확히 알고 타석에 들어선다. 당연히 아라에즈의 타율도 알고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라에즈는 강한 타구를 날리는 타자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타율 3할 이상을 친 153명 가운데 하드히트(타구속도 95마일 이상) 비율이 25% 미만인 선수는 불과 7명 뿐이다.
아라에즈의 올시즌 하드히트 비율은 23.4%로 측정 기준 타석을 채운 263명 가운데 256위다. 바닥권이라는 뜻이다. 이 비율은 애런 저지가 62.6%로 1위고, 토론토 블루제이스 맷 채프먼이 61.3%로 2위다. 아라에즈에 이어 타율 2위인 LA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은 45.2%로 78위.
아라에즈의 평균 타구속도는 88.1마일로 181위로 역시 하위권이다. 저지가 97.2마일로 1위이며, 정확성이라면 뒤지지 않는 샌디에이고 후안 소토는 92.8마일로 전체 14위다. 저지와 아라에즈의 타구 속도 차이가 무려 9.1마일이다. 투수의 공으로 치면 강속구와 슬라이더의 차이다.
보통 강한 타구를 많이 날리는 타자의 타율이 높다.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아라에즈의 안타 생산 실력이 좋은 것은 나쁜 공에 배트가 안 나가고 치려고 하는 공은 정확하게 치기 때문이다. 덕분에 좌우를 가리지 않고 고르게 타구를 날려보낸다.
화이트삭스 투수 마이크 클레빈저는 "그는 헛스윙을 하지 않는다. 내가 던진 공에 속기를 바라지만, 그는 징글징글하다. 한 가지 공이나 코스에 집착하면 안된다. 그를 상대할 때는 스카우팅리포트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