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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김병현은 1999년 5월 30일(이하 한국시각) 뉴욕 메츠 마이크 피아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세이브로 장식했다.
역사상 가장 정교한 타자로 평가받는 토니 그윈도 '천적'이 있었다. 1980년대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카고 컵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불펜으로 활약한 좌완 프랭크 디피노다. 그윈은 그와 23차례 상대해 20타수 1안타(0.050)를 쳤다. 10타석 이상 상대한 투수 중 최저 타율이다.
모든 타자들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가 존재한다. 딱 부러지게 분명한 이유를 댈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그냥 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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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웨이시리즈 1차전에 선발등판한 커쇼는 7이닝을 5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동안 오타니를 3번 모두 범타로 잠재웠다. 첫 타석에서는 가운데 높은 직구로 좌익수 플라이, 4회에는 볼카운트 1B2S에서 5구째 87.3마일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6회에는 87.9마일 슬라이더로 좌익수 뜬공으로 각각 처리했다.
오타니는 커쇼를 상대로 11타석 1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게 됐다. 오타니를 10타석 이상 상대한 투수 중 무안타는 커쇼와 웨이드 르블랑(13타수·애틀랜타 산하 트리플A), 저스티스 셰필드(11타수·은퇴), 휴스턴 애스트로스 라파엘 몬테로(8타수) 등 4명이다. 몬테로를 빼면 다 좌완이다.
오타니는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해 1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끊겼다. 사실상 커쇼가 막은 것이다.
오타니는 왜 커쇼에 약할까. 좌타자가 좌투수에 약하다는 정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 오타니는 올해 좌투수 상대 타율이 0.250(76타수 19안타), 우투수 상대 0.312(205타수 64안타)보다 0.062가 낮다. 통산으론 좌타자 상대로 0.254(725타수 184안타), 우타자 상대 0.278(1542타수 429안타)로 0.024의 차이가 난다.
오타니가 커쇼에게 당한 삼진 4개의 구종을 보니 직구 2개, 슬라이더와 커브가 1개씩이었다. 그리고 땅볼 아웃이 5번, 플라이 아웃이 2번이다. 특정 구종에만 약한 것도, 공이 특정 코스로만 날아가는 것도 아니다.
또 하나, 오타니가 커쇼와 상대한 4경기는 모두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커쇼는 에인절스 구장에서 그야말로 에이스다. 통산 9경기에서 7승2패, 평균자책점 1.93, WHIP 0.857, 피안타율 0.164를 기록했다. 홈인 다저스타디움의 평균자책점(2.20)과 피안타율(0.204)보다 훨씬 좋다. 특히 2021년 이후 에인절스타디움 등판 3경기에서는 20이닝 동안 8안타 3볼넷 16탈삼진 무실점, 피안타율 0.121(66타수 8안타)로 '언터처블'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커쇼의 딜리버리와 공의 궤적이 오타니의 타격폼 및 스윙 궤적과 잘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양 팀은 7월 8~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2연전을 벌인다. 올해 마지막 프리웨이시리즈다. 커쇼는 정상 로테이션을 지키면 7월 8일 경기 선발 예정이다. 오타니를 또 만날 수 있다. 한 번 약점 잡힌 투수는 극복하기 참 힘들다.
오타니가 앞으로 커쇼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커쇼와 동료가 되는 것이다. 이번 시즌 후 다저스로 옮기면 된다. 전문가들, 선수들, 언론, 그리고 팬들 대부분은 오타니가 올 겨울 FA 시장에서 다저스와 계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