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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원래 잘 모으는 성격도 아니고…."
강승호의 기록은 더욱 특별했다. 홈런부터 역순으로 차례로 사이클링히트가 완성되는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는 KBO리그에서 강승호가 유일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0명 밖에 달성하지 못한 진기록이다.
낮게 날아간 공은 투수 발 앞쪽 부분을 맞고 굴절됐고, 강승호는 1루에 안착했다. 강승호는 1루에서 고영민 코치와 포옹을 하는 등 기쁨을 누렸다.
기념구도 안전하게 두산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다만, 또 하나의 '기념품'이 그라운드에 버려져 있었다. 사이클링히트가 완성된 순간.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부러진 방망이. 그 기록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던 만큼, 기념구 만큼이나 값진 물건이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부러진 방망이는 챙기기도 어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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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버려질 수도 있었지만, 강승호의 '사이클링히트 방망이'는 완벽하게 살아났다.
부러진 방망이를 본 양석환은 빠르게 수거했다. 이후 부러진 부분을 꼼꼼하게 테이핑했고, 다시 원래의 형체로 복원됐다.
양석환은 "4타석 다 같은 방망이로 친 건데 친 사람 입장에서는 가보가 될 수 있다. 부러지기는 했어도 충분히 붙여서라도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고 봤다"라며 "더그아웃에서 보는데 부러진 배트가 있길래 붙여서 (강)승호한테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강승호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미소를 지었다. 강승호는 "부러진 걸 발견하고 잠깐 생각은 했는데, 그냥 버리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미 방망이는 부러졌고, 기록도 달성했으니 따로 챙기지 않았다"라며 "그런데 (양)석환이 형이 챙겨주셔서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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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환은 "안 해주면 서운할 수 있다. 야구 선수로서는 정말 영광의 기록이다. 말로는 다 축하할 수 있지만 이벤트성으로 해주면 추억에 남는 만큼 좋을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함께 한 로하스 역시 "내가 달성하지 못했던 부분은 괜찮다. (강승호가 달성해서) 기분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강승호는 "사실 물을 뿌려줄지는 몰랐는데 기분이 좋았다"라며 "(양)석환 형이 겉으로는 말도 툭툭 하곤 하는데, 뒤에서 엄청 잘 챙겨준다"고 고마워했다.
'복수'와 '감사'의 사이. 다음을 기약했다. 강승호는 "다음에 석환이 형이 좋은 기록을 남기면 꼭 물 세리머니를 꼭 해드리고 싶다"고 웃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