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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정재근 기자] "나는 1루에 슬라이딩을 해야 오히려 안 다친다"는 선수가 있다. 두산 베어스 육상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조수행이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조수행이 때려낸 37개의 안타 중 무려 9개가 번트로 만들어 낸 안타다. 조수행이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 팀 코너 내야수들이 일제히 전진 수비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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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구 삼성전.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조수행이 기습 번트를 댄 후 1루로 전력 질주했다. 공을 잡은 삼성 강민호 포수의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수행을 잡기 위해 있는 힘껏 1루로 송구했지만 공이 빗나가고 말았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조수행은 곧바로 일어나 3루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후속타 한 방에 조수행이 홈을 밟으며 두산은 3-1로 달아났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논란의 플레이다. 발보다 빠르지 않고,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KIA 유격수 박찬호도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손가락 인대 손상 부상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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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행은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 대해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은 전혀 없다. 발로 들어가는 게 빠르다는 의견도 있는데 내 슬라이딩은 몸이 알아서 반응한 결과다. 나도 모르게 슬라이딩을 한다. 무엇보다 나는 슬라이딩을 해야 오히려 안 다친다"고 말하고 있다.
안 다치는 비결은 뭘까?
"대학교 때부터 번트 안타가 많았다. 그때부터 나만의 슬라이딩 방법을 습득했다. 베이스 터치 순간 손가락을 살짝 드는 것이다" 실제로 조수행의 플레이를 보면 왼손이 1루 베이스를 닿는 것과 동시에 살짝 드는 동작으로 충격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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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타격에서는 아직 부족한 모습이다. 기습 번트로 상대 내야진을 흔드는 것도 생존을 위한 절실한 몸부림이다.
조수행은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개인 기록이 나아지고 있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다. 주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훨씬 더 좋아져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했다.
조수행의 올 시즌 타율은 0.214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7월까지 1할에도 못 미쳤던 타율이 8월에는 0.270으로 올라갔고, 9월에도 0.283(46타수 13안타 4타점)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가을 두산은 강하다. 조수행의 발야구가 큰 힘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