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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렇게 길게 쉰 건 처음이네요."
키움으로서는 날벼락이었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3할4푼9리 23홈런 113타점을 기록하는 등 타격 5관왕(안타, 타율, 타점, 출루율, 장타율)에 올랐던 정규시즌 MVP의 이탈.
올 시즌 이정후는 4월을 타율 2할1푼8리로 마쳤지만, 5월부터 조금씩 시동을 걸다가 7월에는 부상 전에 나선 13경기에서 타율 4할3푼5리로 맹타를 휘둘렀다. 타격감이 한창 올라올 때 부상이란 불청객이 찾아왔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정후는 재활도 순조로웠다. 이정후는 "재활 스케줄 대로 소화하고 있다. 다행히도 한 번도 딜레이 된 적이 없다. 통증도 없이 계획대로 날짜대로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몸이 되자 이정후는 팀에 합류해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는 티 배팅을 하는 등 조금씩 기술 훈련에도 들어갔다.
1군에 모습을 보인 만큼, 정규시즌을 마치기 전 콜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홍원기 키움 감독과 이정후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홍 감독은 "경기 출장은 몸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아직 몸 상태가 안됐다. 일단 동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정후 복귀 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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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아직 과정에 있다. 선수들도 보고 싶고 해서 감독님께 부탁드려 합류하게 됐다. 경기를 하기 위해 올라온 것이 아닌 재활을 하는 과정에서 같이 하고 싶어서 올라온 것 뿐이다. 콜업 여부는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그는 "아직 재활의 단계다. 이렇게 올라와서 훈련하는 것으로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직 할 게 많다. 방향 전환도 어렵고, 뛰는 것도 앞뒤로만 뛰었지, 사이드로는 한 번도 안 뛰었다. 캐치볼도 40m 정도 던지는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훈련 강도는 조금씩 높여갈 예정. 이정후는 "이제 티 배팅을 한 만큼, 다음주부터는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이미 메이저리그 복수 구단이 이정후를 향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 야구 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시즌에 찾아온 불의의 부상. 아쉬울 법 했지만, 이정후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는 "내가 한 것이니 아쉬움은 없다. 올해 안 좋은 시기도 있었고, 반등하는 시기도 있었다. 페이스가 올라오다 다쳐서 아쉽게 끝났지만, 이 역시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아쉽다기 보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개인 성적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렸지만, 가을야구 진출이 불발된 팀 성적에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정후는 "재활로 빠지면 경기를 안 보게 된다.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고 기분이 좋지 않다"며 "야구는 계속해야 하니 준비 잘해서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키움은 10월10일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치른다. 어쩌면 키움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가 홈 팬 앞에 설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기도 하다. 이정후는 "트레이너님이 짜주신 플랜대로 열심히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감독님께서 결정해주실 문제"라며 "최대한 열심히 해서 좋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