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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기대가 너무 컸을까. 2년 만에 돌아온 가을야구에도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지난해 9위로 마치면서 두산은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이 감독은 '두산색'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467홈런)을 세운 거포 출신으로 일본 무대 진출을 제외하면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뛰었다. 이 감독이 현역 시절 달고 뛰었던 36번은 삼성 영구 결번이기도 하다.
우려도 있었지만 '신선함'의 기대가 높았던 시작. 3년 계약과 함께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계약 기간 중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 중 첫 단계는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현역 시절 '거포'로 활약했지만, 흔히 말하는 선 굵은 야구보다는 일본 진출 시기에 보고 느꼈던 세밀한 작전 등을 앞세운 야구를 팀 컬러로 내걸었다.
두산은 올 시즌 팀 도루 133개로 10개 구단 중 2위를 기록했다. 1위 LG 트윈스가 166개를 기록하면서 성공률이 62.2%에 머물렀지만, 두산은 73.5%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두산이 지난 3년 간 100도루를 넘지 않았던 걸 고려하면 주루 플레이는 확실히 더 과감해졌다. 도루왕도 탄생했다. 정수빈은 39개의 도루를 성공하면서 생애 첫 개인 타이틀을 획득했다. 2011년 오재원 이후 1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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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도 있었고, 보완할 점도 명확했다. 사실 쉽지 않은 시즌임에는 분명했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이 스프링캠프에서 타구에 맞아 한 달 넘게 나서지 못했다. 딜런은 결국 반등에 실패했고, 짐을 쌌다. 김동주 최승용 등 젊은 투수의 성장이 돋보였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온 브랜든 와델이 11승(3패)로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확실한 원투펀치로 자리를 잡은 것이 두산으로서는 다행이었다.
점점 노쇠화 되고 있는 야수진에서는 대체자가 확실하게 나오지 않았다. 특히 유격수 자리에는 김재호를 대신해서 이유찬 안재석 등이 치고 올라오길 바랐지만, 결국 완벽하게 반등에 성공한 김재호가 와일드카드 2번타자로 나서게 됐다. 이 감독은 "이번 캠프부터는 젊은 선수를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게 만들겠다"고 짚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치면서 2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즐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9대14로 패배하면서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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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모든 경기를 마친 두산의 더그아웃의 공기는 무거웠다. "고생했다"는 말만 오갔다.
시즌 중반 3위까지 올라갔던 만큼, 올 시즌의 허무함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격려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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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마치고 "1회전에 끝나버렸다. 금방 지나가버렸다. 우리 선수들 덕에 가을야구까지 하게 됐다. 지난해 가을에 부임해 지금까지 가을야구를 위해 준비해왔다. 1차적으로 성공했지만, 1경기 만에 가을야구가 끝나 많이 아쉽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이어 "즐거운 적도 많았다. 선수들 덕에 많이 이기기도 했다. 가을야구 첫판에서 마무리 됐지만 좋은 부분도 많았다. 내년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 얻었다"며 '2년 차'를 맞을 이승엽호의 성장을 다짐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