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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KBO 용병 출신인 시카고 화이트삭스 에릭 페디가 주목받는 것은 그가 '제2의 메릴 켈리'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KBO리그 MVP였다. NC 다이노스에서 30경기에 등판해 180⅓이닝을 던져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 35볼넷, WHIP 0.95, 피안타율 0.207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성적표다. 화이트삭스는 그를 2년 1500만달러(약 200억원)에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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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게츠 화이트삭스 단장은 페디와 계약 당시 "(KBO에서)그의 구위는 실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스위퍼를 장착해 싱커의 위력이 배가됐고, 다양한 공략법을 개발해 KBO를 평정했다"며 "한국에서 활약한 타자들과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는 KBO에서 가장 위협적인 투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데다 한국에서 구위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에 오기 직전인 2022년 페디는 주무기인 싱커 평균 구속이 92.6마일(149.0㎞)이었다. 싱커를 39.9%를 구사했고, 이어 커브(28.8%), 커터(27.6%), 체인지업(3.6%) 순으로 많이 던졌다.
지난해 NC에서 싱커 평균 구속은 149.9㎞(약 93.1마일)로 35.1%를 던졌다. 이어 커브 31.3%, 슬라이더 20.9%, 체인지업 12.7%였다. 슬라이더에는 스위퍼가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 2년 전과 비교해 구속은 증가했고, 구종은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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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에서 2020년부터 작년까지 4시즌을 활약한 데이비드 뷰캐넌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4일 '뷰캐넌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스프링트레이닝에 초청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든다고 해도 200만달러 이상을 받아내기는 어렵다.
삼성이 다년계약을 제시할 방침이었음에도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를 드러냈던 그가 왜 이런 계약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필라델피아에는 뷰캐넌이 비집고 들어갈 선발 자리가 없다. 필라델피아는 이미 애런 놀라, 잭 휠러, 타이후안 워커, 레인저 수아레즈, 크리스토퍼 산체스로 이어지는 5인 로테이션을 완성했다. 내셔널리그 톱클래스 수준의 선발진이라는 평가다.
다만 데이브 돔브로스키 필라델피아 사장은 최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와 인터뷰에서 "선발진 뎁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뷰캐넌은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스펜서 턴불, 콜비 알라드, 딜런 코비, 맥스 카스티요 등과 선발 뎁스 경쟁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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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주목할 점은 있다. 뷰캐넌은 1989년 5월 생으로 페디(1993년 2월 생)보다 4살이 많다.
그는 2010년 드래프트 7라운드에서 필라델피아의 지명을 받아 4년간 마이너리그를 거쳐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러나 2015년까지 2시즌 동안 35경기에서 192⅓이닝을 투구해 8승17패, 평균자책점 5.01을 올리는데 그쳤다. 여기에 2017년부터 일본과 한국서 7년을 던졌다. 마지막 메이저리그 실전은 2015년이다. 공백이 길었다.
반면, 페디는 2022년까지 풀타임 가까운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투수다. 불과 1년 공백이다. 여전히 성장하는 중이다.
뷰캐넌은 시범경기서 최소 5대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실패하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는다. 불펜 보직을 받고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 확률은 극히 낮다. 필라델피아는 불펜이 아쉬운 팀이 아니다.
삼성의 오퍼를 받아들여 한국에서 1~2년을 더 뛰게 되면 뷰캐넌은 30대 중반을 넘어선다. 지금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할 걸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