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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김혜성이 26일(이하 한국시각) 뉴욕 시티필드에서 흥미로운 맞대결을 벌였다.
김혜성과의 대결이 흥미로웠다. 두 번 상대해 한 번은 땅볼을 쳤고, 한 번은 2루타를 터뜨렸다.
오타니는 김혜성과의 첫 대결에서 땅볼을 유도해 자신이 직접 잡은 뒤 1루로 송구하는 폼을 취했다. 다소 익살스러운 표정과 제스처였다. 오타니다운 여유가 묻어났다. 그런데 두 번째 대결에서 김혜성은 우측 외야로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는 타구를 터뜨렸다. 수비수가 없기 때문에 몇 루타인지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현지 매체들은 '깨끗한 2루타(clean double)'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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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오타니를 상대로 두 번이나 타석에 섰으니 나름 의미있는 하루였다고 자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막상 뉴욕 메츠와 경기에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메츠 선발이 우완 센가 고다이임에도 선발라인업에서 빠졌고,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음에도 교체 출전도 하지 못했다. 라이브 피칭에 참가하는 타자는 그날 경기의 벤치 멤버들이다. 김혜성의 역할은 이날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김혜성을 바라보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시선이 느껴진다.
얼마 전 토미 에드먼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부상에서 복귀했을 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에 대해 "1주일에 3~4번은 선발출전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1주일 동안 열린 6경기에서 김혜성은 1번 선발출전, 2번 교체출전했다. 타석에는 고작 7타석에 들어섰다. 로버츠 감독에게 김혜성은 타율 0.395(38타수 15안타)의 타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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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5~6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에드먼과 테오스카, 키케, 미구엘 로하스 등 검증된 메이저리거들을 벤치에 더 많이 앉혀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클러치 능력과 파워를 보유한 앤디 파헤스도 김혜성보다는 먼저다.
김혜성이 지난 1월 3년 1250만달러에 계약한 직후 다저스는 주전 2루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했다. 김혜성이 당장 주전 2루수로 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스프링트레이닝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고,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빅리그 기회가 찾아왔다. 일단 공수에 걸쳐 백업 레벨은 된다는 평가를 받고 마이너리그행은 면했다.
김혜성이 주전을 맡으려면, 적어도 플래툰에 따라 선발출전을 자주 얻으려면 다저스 로스터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든지, 아니면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로버츠 감독은 홈런타자를 좋아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